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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일상의 사물에게 배우는 글쓰기

by 마음부자


어릴 적 나는 길가에서 자주 돌멩이를 주웠다.
손바닥에 올려 굴려보기도 하고 마음에 든 것은 주머니에 넣어 집까지 가져가기도 했다.


집에 가져온 돌멩이는 깨끗이 씻어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채워 넣는 작은 도화지가 되었다.
때로는 언니와 공기놀이를 할 때 손에 쥐는 놀잇감이 되기도 했고,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면 탑처럼 돌멩이를 차곡차곡 쌓으며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을 빌기도 했다.


그 모든 나의 돌멩이들은 반짝이는 보석도 아니고 특별한 모양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돌멩이지만 신기하게도 내 손에 들어온 순간에는 나만의 작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돌멩이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곁에 두면 오래 남는다.
사람의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 물속에서 깎여 둥글둥글해지기도 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오랜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면서 더 단단해진다.


나는 글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한 번 읽고 잊히는 글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올라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글이기를 바란다.
특별히 빛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곁에, 기억 속에,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는 글이면 좋겠다.


요즘 세상은 반짝이는 글들로 가득하다.
화려한 제목, 자극적인 주제와 문장,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런 글은 마치 불꽃놀이 같다.
잠시 하늘을 환하게 수놓지만 금세 사라지고 만다.


돌멩이 같은 글은 다르다.
소란스럽지 않고 주목받지 않지만, 오래 기억된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이런 글은 시간이 흘러도 흔적을 남기게 된다.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위로 자라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러다 5년째가 되면 하루에 무려 30cm씩 성장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일이 아니라 모소 대나무처럼 조용히 뿌리를 내리는 일 아닐까 생각한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읽는 이의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글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위로가 아니라 오래 곁에 머무는 글이 돌멩이 같은 그런 글이다.


읽는 이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생채기를 남기기를 바란다.

그런 돌멩이 같은 글을 쓰기 위한 작은 습관은 아주 소박함에서 찾아본다.


거창하고 화려한 이야기보다 내 주변의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기록해 본다.

아마도 돌멩이의 힘은 그 평범함에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려고 하다 보면 자꾸 사람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기보다 내가 지켜온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담아낸다면 글의 단단함은 그 진심에서 올 것이다.

오랜 세월 돌멩이가 강물에 깎이며 모양을 갖추듯이 글도 퇴고와 기다림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이 작은 습관들이 나를 더 무장시킨다.



때때로 아니 자주 내 글이 작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길 위의 돌멩이처럼 누군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그 짧은 순간 마음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되새겨본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자주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돌멩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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