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의 손끝에서 건네받은 위로
밤 10시.
율이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참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정말 숨 쉴 틈 없이 바빴고,
집에 돌아와선 쉴 새 없이 육아와 집안일이 이어졌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지쳐 있었습니다.
"이제야 끝났구나"
해야 할 일들을 다 마친 안도감에
눈을 살며시 감고 잠에 들려는 순간
율이가 벌떡 일어나 말했습니다.
"엄마, 잠깐만 기다려봐!"
율이가 후다닥 방을 빠져나가더니
곧 다시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
장난기 어린 미소.
그리고 손에는 작은 도장 하나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엄마, 오늘도 수고했어."
율이는 환하게 웃으며
제 손등에 도장을 콕하고 찍어주었습니다.
초록빛 동그라미가 손등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그 순간,
하루 내내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몰라줄 것이라 생각했던 하루.
그 하루를
내 아이가 이렇게 알아주고 있었어요.
짧은 말 한마디와
작은 도장 하나가
세상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우리 율이도 오늘 수고했어"
라고 말하며 율이의 손등에
도장을 꾹 찍어주었습니다.
서로 손등을 마주 내밀며
우리는 깔깔 웃었어요.
"엄마랑 나랑 똑같다!"
"우리 둘 다 수고했네~"
해맑게 웃고 있는 율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무겁기만 했던 하루가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율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내일도 또 찍어줄게."
그 말에 웃음이 터졌고,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습니다.
도장 하나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지친 하루 끝에 서로를 다독여주는
따뜻한 마무리였습니다.
도장은 금방 지워질 테지만
율이와 나눈 마음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