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슴속에 격렬한 전설을 품은 사람들

제임스 호너가 그린 감정과 운명의 풍경

by Itz토퍼
본 스토리랩(Story Lab)은 음악이 영화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완성했다면, 글이 그 여운을 성찰로 확장시키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의 창작적 실험입니다.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과연 쉬울까요?


창작자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일종의 소명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는 한 창작자는, 사람들로부터 ‘영화의 영혼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감정을 서사로, 서사를 다시 음악으로 끌어올린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본 ‘스토리랩(Story Lab)’에서 앞으로 자주 마주하게 될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음악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이름을 잊을 틈을 주지 않을 것이고, 또 스토리랩의 여러 주제 속에서 가장 많이 소환될 작곡가입니다. 비록 그는 2015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감독들은 여전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영화의 영혼을 만들 줄 알던 마지막 작곡가였다.”


이 표현은 단순히 음악을 잘 만드는 수준을 넘어선, 훨씬 더 깊은 찬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말은 사물이나 이야기에 활기를 주는 의미지만, ‘영혼을 만든다’는 말은 그것보다 더 내밀하고 감정적인 차원까지 닿습니다. 즉, 영화라는 시각적 이야기 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내면, 존재의 깊이를 음악으로 새겨 넣을 줄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호너의 음악은 단순히 장면을 장식하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 이야기의 긴장과 해방, 슬픔과 희망을 관객이 직접 느끼도록 끌어올리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는 화면 속 이야기를 넘어 마음속에서 영화가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호너는 “영화를 움직이는 장면만이 아니라, 그 장면 속 숨은 마음과 존재까지 음악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임스 호너의 음악은 사람들의 귀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이야기와 함께 숨 쉬었습니다. 그는 영화 속 인물들이 말하지 못한 감정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깊이를 하나의 멜로디로 번역할 수 있는 작곡가였습니다. 그의 음악은 장면을 따라다니는 장식이 아니라, 서사 자체를 밀어 올리는 감정의 엔진이라고 표현함이 적절할 것입니다. 그래서 호너의 작품을 듣다 보면 음악이 화면을 조용히 덮어버리고, 인물의 고통과 희망, 체념과 결의를 대신 말해주는 순간들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면 이 감정적 건축 방식과 스타일을 알 수 있답니다. 《타이타닉》의 ‘Rose’ 테마는 한 인물의 성장과 해방을 은유하는 서정적 선율로, 물결처럼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하듯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슬픔·사랑·회한이 하나의 선율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이 음악은 곧 로즈의 내면이며, 그녀가 기억하는 세상의 광채이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Itz토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1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본질적 어둠으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