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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스며든 정글의 슬픈 노래

참전용사의 하모니카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by Itz토퍼
본 스토리랩(Story Lab)은 음악이 영화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완성했다면, 글이 그 여운을 성찰로 확장시키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의 창작적 실험입니다.

중학교 시절, 우리 집 문칸방에는 비둘기를 돌보며 지내던 한 상이군인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목발을 짚고 다니던 그는 바지 자락만 펄럭일 뿐인 한쪽 다리를 잃은 분이었지요. 말수도 적고, 늘 집 뒤편 장독대에 올라 비둘기들을 날렸다가 다시 휘파람으로 불러 작은 새장에 넣곤 했습니다.


저는 해 질 녘 들리던 그의 하모니카 소리를 기억합니다. 그 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쓸쓸하고도 따뜻해서, 골목 끝까지 퍼졌다가 어느 순간 뚝 끊기곤 했지요. 저 역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려 고개를 들어 올리던 아이였기에, 그 아저씨가 늘 오랫동안 고개를 들고 서 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월남전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신 분이야”라고 조용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아저씨의 침묵, 비둘기, 하모니카 소리가 모두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전쟁이 한 인간의 삶에 새긴 지울 수 없는 그림자이자,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벌어진 비극이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들어온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장 근원적인 비극은 바로 전쟁일 것입니다.


전쟁은 단순히 영토를 다투는 행위를 넘어, 문명과 도덕이라는 얇은 외피를 찢고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과 가장 숭고한 면을 동시에 발가벗겨 드러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6년 작품 《플래툰(Platoon)》은 이처럼 선과 악, 이성과 광기가 뒤섞인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가장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자원입대한 신병 크리스 테일러(찰리 쉰 분)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혼돈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여기에 삽입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를 통해 시각적인 잔혹함을 넘어선 영혼의 비탄을 전달하며, 이 작품을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비극적인 서사로 승화시킵니다.

by Gemini

1. 베트남 정글 속의 순수와 파괴: 줄거리 분석


영화는 테일러가 베트남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베테랑 병사들의 냉소주의와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웁니다. 플래툰은 곧 '선(善)'을 상징하는 일라이어스 중사(윌럼 대포 분)와 '악(惡)' 혹은 전쟁의 광기를 대변하는 반즈 중사(톰 베린저 분)라는 두 개의 극단적인 리더십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테일러는 이 둘 사이에서 점차 전쟁의 도덕적 혼란에 빠져듭니다.


전투 중 베트콩에게 보급로를 빼앗겼다는 분노로 인해 플래툰이 무고한 마을을 약탈하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은 영화의 도덕적 정점입니다. 이 광경은 테일러의 순수성을 완전히 짓밟고,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야수로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일라이어스가 반즈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제지하려다 도리어 반즈에게 배신당해 죽음을 맞는 장면은 플래툰 내부의 영혼의 파괴를 상징합니다. 특히, 일라이어스가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쓰러지는 장면은 십자가상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숭고한 희생과 패배의 의미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전쟁의 비극이 영상과 음악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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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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