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모른 척할 수 있을까

0과 1의 경계를 넘어온 피지컬 로봇

by Itz토퍼

전편에서 우리는 0과 1이라는 이분법적 언어 속에 갇힌 AI가 어떻게 우리의 '사유의 여백'을 지워버리는지 살펴보았습니다. AI가 내놓는 ‘진짜’라는 단정적인 정답과 효율이라는 함정 속에서 인간 특유의 '망설임'과 '회색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화면 속 텍스트로만 존재하며 우리의 사유를 가두던 그 지능이, 이제 우리와 같은 '물리적 실체'를 입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 인공지능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사실 인간이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그 대화의 깊이와 성격은 시대의 기술적 한계와 가능성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왔습니다.


그 첫 장을 연 것은 1960년대, MIT에서 개발된 ‘엘리자(ELIZA)’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단순한 규칙 구조에 불과했습니다. 인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보다, 입력된 문장 속에서 특정 키워드를 찾아내어 다시 질문 형태로 되돌려주는 식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처음으로 “기계가 나에게 말을 건다”는 낯선 경험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비록 앵무새 같은 반복일지라도, 어떤 이들은 오늘날처럼 엘리자가 마치 자신의 고민을 경청하는 상담가인 양 감정적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는 인류가 기계와의 대화를 진지하게 ‘시도’하기 시작한 위대한 태동기였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ALICE’와 같은 다양한 챗봇들이 등장하며 대화는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섭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문장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이 시기의 대화는 일종의 지적 ‘퍼즐 맞추기’에 가까웠습니다. 사용자가 "오늘 기분 어때?"라고 물으면, 기계는 미리 입력된 수많은 답변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문장을 꺼내 보였습니다. 인간은 이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행위를 하나의 ‘놀이’나 콘텐츠로 소비하며 기계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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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와 빛이 스며들길 바라며, 제 속의 글무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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