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트(Brunchist)입니다

브런치에서 나만의 스타일로 글쓰는 '브런치스트'입니다.

by Itz토퍼
by Sora

“저는 브런치스트(Brunchist)입니다”



브런치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다 보니, 그 안에서 지인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잊고 지냈던 옛 제자와 마주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라는 특별한 공통분모 덕분에 팔로워분들의 따뜻한 목소리는 물론, 지인으로 지내는 언론인이나 기성 작가분들의 날카로운 조언과 의견을 접할 기회도 얻습니다.


최근 겪었던 일련의 질문과 답변들은, 제가 오늘 이 ‘특별한 주제’를 꺼내어 설명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요즘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제게 묻곤 합니다.


"요즘은 주로 어떤 일을 하며 지내시나요?"


그 질문에 저는 그동안의 망설임을 ‘오늘부터’ 이렇게 대답하기로 했습니다.


"작년부터 브런치라는 디지털 플랫폼에 에세이와 칼럼을 기고하며 '브런치스트(Brunchist)'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단에 또 한 가지 비밀도 풀어드립니다.)




'브런치스트(Brunchist)'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낯설면서도, 또 누군가에게는 왠지 익숙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굳이 이 생소하고도 개인적인 명칭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의 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우선 왜 ‘브런치스트(Brunchist)’라는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뿌리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30여 년 동안 강단 생활을 하면서, 제가 가르치는 분야의 칼럼을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습니다.


본래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은 특정 직위나 소속보다 글을 쓰는 방식과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가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얼마나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칼럼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필자의 해석과 의견을 담는 그릇이며, 이러한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갈 때 비로소 타인에게 칼럼니스트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칼럼니스트란 직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된 '태도'의 이름에 가깝습니다.


이 기준은 특정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칼럼을 써왔습니다. 그저 간혹 기회가 닿을 때마다 쓰는 정도였다면, 자신을 칼럼니스트로 소개하기에는 사회 통념상 적합해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거의 매일 최소 한 편에서 두 편의 글을 디지털 플랫폼에 올립니다.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브런치북은 정해진 요일을 엄수하며, 지속성을 가지고 다양한 주제의 전문성을 입힌 칼럼과 에세이를 플랫폼에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스스로를 당당하게 ‘브런치스트(Brunchist)’라고 소개할 때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칼럼니스트가 그러하듯, ‘브런치스트’ 역시 단순히 글을 올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한 공간에서 자신의 시선을 끊임없이 축적해 나가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이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플랫폼이 공식적으로 부여한 명칭이자, 사전적으로도 현재 나의 활동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단어에 가깝습니다. 특히 브런치가 사용자에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에는 그들만의 확고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는 우리가 온라인상에 쏟아내는 글들을 단순한 '소비재'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고 사라질 포스팅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유한 시선이 담긴 '창작물'이자 '작품'으로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작가'라는 호칭에 투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글 쓰는 이들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더 밀도 있는 서사를 독려하기 위한 최선의 예우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혀끝에 닿을 때마다 자갈거리는 어색함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갈등의 정체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 자갈거림이 나를 소개하는 문장 앞에서 망설임과 어색함을 품게 했는지 그 내막을 살펴보면, 그것은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이 시대의 미묘한 감각이 서로 어긋나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애물은 '작가'라는 단어가 지닌 본연의 무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작가’라는 호칭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엄연한 ‘직업군’의 명칭입니다. 그 안에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단단한 경험, 때로는 등단이나 출판이라는 공적인 인장(印章)까지 내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호칭 앞에 보이지 않는 엄격한 진입 장벽을 세워두곤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특정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올린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작가'라는 관을 쓰는 것은 어딘지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작가라 부르는 일은 타인보다 자신에게 가장 먼저 머쓱함을 안깁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초보 작가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꽤 용기 있는 일이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글쓰기를 곧장 문학적 성취로 치환해 주지 않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합니다.


어색함은 바로 이 지점, 설익은 선언과 냉정한 현실의 간극에서 시작됩니다.


플랫폼 차원에서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이나 방안이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하지만 운영상의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 자신만이라도 내가 쓰는 글의 '자존심'을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표현의 구조적인 이질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에서 '플랫폼 이름'과 '작가'를 결합하는 방식은 그리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우리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해서 '블로그 작가'라 부르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기록한다고 해서 '인스타 작가'라 칭하지 않습니다. 유튜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플랫폼과 작가를 직접 연결하는 명명법은 우리의 보편적인 언어 습관 속에 자리 잡지 못한 낯선 풍경입니다.


여기에 시대적인 언어 감각이 힘을 보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규정할 때 한층 가볍고 유연한 표현을 선호합니다. 블로거, 유튜버, 크리에이터 같은 단어들이 일상에 스며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명칭들은 어떤 자격이나 권위를 먼저 요구하기보다,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를 직관적으로 드러냅니다.


반면 '작가'라는 말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어, 같은 행위를 담고 있음에도 유독 무겁게 다가옵니다. 유튜브에 영상 몇 편을 올렸다고 해서 스스로를 '연출가'라 부르기가 민망한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수십 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며 브런치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글들을 쌓아왔어도, 한 번도 스스로를 작가라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블로거는 그저 블로거일 뿐, '블로그 작가'라는 호칭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이 플랫폼 내부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통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공간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글의 완성도와 서사, 나아가 출판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고려하는 환경 안에서 '작가'라는 호칭은 하나의 이정표이자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내부적 맥락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호칭은 다소 과한 무게감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플랫폼 내에서 작가의 단계를 인정하거나 구분하는 시스템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도 않기에, 그 거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브런치 작가"가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틀려서가 아니라, 단어의 무게와 언어 습관, 그리고 시대의 감각이 서로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감히 아직은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더라도 어떤 이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더 가볍고, 더 직관적이며, 오직 나만의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표현을 갈망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를 넘어,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은’ 작가라는 무거운 외투 대신,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한 벌 지어 입기로 했습니다.


"저는 ‘브런치(Brunch)’라는 디지털 공간에 에세이와 칼럼을 쓰는, 브런치스트(Brunchist)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 한 가지를 빠뜨렸군요.

제 영어 이름은 'Christopher'입니다.



브런치스트토퍼.jpg


그동안 왜 "Itz토퍼"를 이해할 수 없었을까요?


Brunch(브런치) +Christopher(크리스토퍼)

= Brunchist, Christopher

= Itz 토퍼


"저는 브런치스트, 크리스토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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