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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과 위험의 분해

by 이진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계란(투자금)을 한 바구니(투자대상)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격언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분산투자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이제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 원칙으로 여겨진다.



여러 개의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면, 한 개의 자산에만 투자를 하는 것보다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험이 줄면 어차피 수익률도 함께 낮아지지 않느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에 따르면, 분산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고도 포트폴리오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이를 분산(투자)효과라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2개의 자산 A, B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P를 가정해보자.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항상 자산 A와 자산 B의 기대수익률을 투자비중대로 가중평균한 값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자금을 자산 A와 자산 B에 각각 40만원, 60만원씩 투자하려고 한다면, 자산 A의 기대수익률이 10%, 자산 B의 기대수익률이 6%일 때 자산 A, B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P의 기대수익률은 0.4x10%+0.6x6%=7.6%가 된다.



그러나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위험)은 항상 두 자산의 표준편차를 가중평균한 값이 아니다. 포트폴리오 구성 시 분산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두 자산의 투자비중을 잘 조정하면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를 자산 A와 자산 B의 표준편차(위험)를 단순히 투자비중대로 가중평균한 값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 즉, 원하는 기대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분산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분산효과는 두 자산 간의 상관계수(ρ)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가 얼마나 더 밀접하게 같이 움직이는지를 측정하는 계수로, -1(음의 상관관계)부터 +1(양의 상관관계)까지의 값을 가진다.


ρ=-1(완전 음의 상관관계)이면 두 변수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밀접하게 움직임을,


ρ=0(상관관계 없음)이면 두 변수가 상호독립적임을,


ρ=+1(완전 양의 상관관계)이면 두 변수가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밀접하게 움직임을 나타낸다.



포트폴리오에 속한 자산 간의 상관계수가 작을수록(즉, -1에 가까울수록) 분산효과는 커지며, 상관계수가 클수록(+1에 가까울수록) 분산효과는 작아진다. 따라서 상관계수가 +1이면 분산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선풍기 제조업체, 온수매트 제조업체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


만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아주 밀접한 관계의 선풍기 제조업체와 아이스크림 가게의 주식을 담는다면(상관계수가 +값), 여름에는 둘 다 매출이 올라가고 겨울에는 둘 다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 변동의 위험이 매우 크다.


반면, 반대 관계에 있는 선풍기 제조업체와 온수매트 제조업체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상관계수가 -값), 여름에는 온수매트 제조업체의 매출은 떨어지지만 선풍기 제조업체의 매출이 올라갈 것이므로 상쇄가 되고, 겨울에는 선풍기 제조업체의 매출이 떨어지지만 온수매트 제조업체의 매출이 올라가므로 상쇄가 되기 때문에 주가 변동의 위험이 보다 작아진다.



이러한 사실은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래프 보는 법>

・ 자산 A와 B는 각각의 기대수익률과 표준편차를 나타내는 지점에 위치한다.

・ A와 B를 잇는 선은 자산 A와 B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의 투자비중 변화에 따라 가능한 기대수익률-위험 조합의 궤적을 나타낸다.

・ 자산 A에 다가갈수록 자산 A의 투자비중이 높아지므로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과 위험은 자산 A에 가깝게, 자산 B에 다가갈수록 자산 B의 투자비중이 높아지므로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과 위험은 자산 B에 가깝게 형성된다.

・ 시선을 그래프의 아래에서 위로 옮겨가며, 세 경우에 각각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이 증가할 때(자산 B의 비중이 커질 때) 위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반대 방향도 상관 없다.


그래프를 보면,

ρ가 -1일 때 A, B자산의 투자비율을 적절히 조정하면 이론상으로는 위험을 0까지 줄일 수도 있다(선이 y축과 맞닿아있음). 투자비중이 변하면서 위험이 0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형태의 선을 보인다.


ρ가 -1과 +1 사이의 값을 가질 때는, 위험을 0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 수준 감소시킬 수 있다. 투자비중이 변하면서 위험이 일정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형태의 선을 보인다.


・ 반면 ρ가 +1일 때를 보면,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는 직선형태이다. 즉, 위험이 감소하면 기대수익률이 그에 비례하여 감소하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는 없다.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항상 자산 A와 자산 B의 기대수익률을 투자비중대로 가중평균한 값이라고 했다. 따라서 상관계수가 +1이 아닌 자산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개별 자산 기대수익률의 평균적인 수준을 얻으면서(수익률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분산효과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개별자산 위험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낮출 수 있게 된다.



예외적으로 상관계수가 +1일 때는 분산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대수익률 뿐 아니라 표준편차 역시 자산 A와 자산 B의 기대수익률을 투자비중대로 가중평균한 값이 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의 위험을 단순히 가중평균한 값(우항)보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좌항)이 작아야, 즉 기호가 < 방향이어야 분산효과가 발생한 것인데, 상관계수가 +1일 때는 기호가 =이므로 분산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아무리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다. 주식 투자의 위험은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비체계적 위험(non-systemic risk)으로 구분된다.



체계적 위험은 시장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위험으로, 시장위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로 거시경제변수와 관련이 있으며, 시장 위험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인플레이션, 금리 변동, 환율 변동 등이 있다.



반면 비체계적 위험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가지는 고유한 위험을 뜻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노사분쟁 등이 비체계적 위험의 요인에 해당한다.

그래프를 보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의 수가 늘어날수록 위험이 감소한다. 그러나 감소 정도는 점점 체감하여, 구성 자산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더라도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며 일정한 수준의 위험에 수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분산투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위험을 비체계적 위험, 혹은 분산가능 위험이라고 하며, 분산투자를 통해서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을 체계적 위험(시장위험), 혹은 분산불가능 위험이라고 한다.



즉,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 수가 커질수록 체계적 위험 수준에 수렴하는 형태로 포트폴리오 위험이 감소한다.


체계적 위험은 현실적으로 회피하기가 어려우므로, 시장의 위험 자체가 종목 위험에 비해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분산가능한 비체계적 위험을 최대한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분산투자가 여전히 투자자에게 필수적인 전략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상관계수가 +1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분산투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사례와 그래프를 통해 알아본 뒤, 효과적인 분산투자를 위해 포트폴리오의 구성자산 수를 무한정 늘리더라도 체계적 위험은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위험은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보았다.



사실 이 분산투자 개념을 빼놓고 펀드를 논할 수 없기 때문에, ETF에 대한 글을 먼저 쓰던 중 분산투자의 분량이 너무 길어져 하나의 독립된 글로 먼저 발행하였다. 보조 자료로서 쓴 것이긴 하지만, 사실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은 재무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글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글이 분산투자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전략이 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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