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개념과 국내 도입 이슈, DeFi까지 총정리하기
최근 금융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아마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일 것이다. 오늘은 이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개념인지 기초부터 시작해 현재 이슈가 되고있는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함께 알아보려고 한다.
우선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 다룰 내용에 대한 목차를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글을 아주 포괄적으로, 상세히 작성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정도만 제대로 정리해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들은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스테이블코인의 의미와 원리
+테라·루나 폭락 사태
2)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도입 이슈
+카카오페이 주가가 폭등한 이유
3)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금융(DeFi)
4) 스테이블코인 국내 도입의 우려사항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좋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본문에 들어가기 전 아래 글들을 먼저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1)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의미와 원리: https://brunch.co.kr/@oizlur/2
2) 탈중앙화금융(DeFi)의 의미, 암호화폐와의 관련성: https://brunch.co.kr/@oizlur/3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이름에서 'Stable(안정적인)'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비트코인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띈다.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의 일반적인 암호화폐는 그 가치의 변동폭이 매우 큰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가격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주로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 금 등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함으로써 가치를 고정시킨다. 이를 '페깅(pegging)'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1 UST(테라 USD)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다.
페깅을 실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단순하게는 1달러 어치 코인을 발행 시 실제로 은행에 1달러를 예치해두는 법정화폐 기반의 방식부터,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방식, 테라의 경우처럼 담보 없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가치 고정이 이루어지는 방식까지 존재한다.
반면, 1 UST의 가치가 1달러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한다. 이 디페깅이 촉발한 사건이 바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긴 테라·루나 폭락 사태다.
한때 테라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가상자산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던 UST(테라 USD)의 페깅이 깨지는 디페깅이 발생하면서, UST와 LUNA의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1달러를 유지해야하는 UST는 순식간에 0.18달러까지 하락했고, '안정적인(stable)' 코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테라는 고점 대비 -57%, 루나는 고점 대비 -99%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테라와 루나는 담보 없이 알고리즘 기반으로 페깅을 실현하는 시스템의 대표 사례였다. 테라는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고, 루나는 테라의 가격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 및 소각되는 보조 토큰이다.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으면 루나를 소각 및 테라를 발행하고, 1달러보다 낮으면 테라를 소각 및 루나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자동 조절해 가격 안정을 유지하는 원리이다.
지난 2022년 5월, UST가 1달러를 벗어나자 시스템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루나를 무제한으로 발행했고, 이 과정에서 루나의 가치가 급락하며 테라(스테이블코인)와 루나(보조 토큰) 모두 붕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담보가 없는 알고리즘 기반의 테라·루나는 본질적으로 담보형에 비해 시장 불안정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그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며 시스템 전체가 무너졌다. 이 사건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결함을 여실히 드러냈고,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은 여타 암호화폐처럼 그 가치가 들쑥날쑥하지 않고,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다. 일종의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고 , 탈중앙금융(DeFi) 등에서 안정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된 가격의 암호화폐'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동시에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대상'보다는 '결제 수단' 혹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일부는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USDC, BUSD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핀테크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모바일 송금 앱을 출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은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실제 필리핀,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해외근로자 송금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규모는 27조 6천억 달러로, Visa와 Mastercard를 합한 카드 결제액을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이 지난 5월 기준 약 2,3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은 정부나 NGO가 원조금의 실시간 전달과 자금 투명성 관리를 위해 채택 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제 구호 단체가 실시간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송금하면 수취인은 스마트폰 지갑으로 즉시 수령하여 지역 상점에서 물품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특성상 자금의 흐름을 용이하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방지 수단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나, 언제든 은행 없이도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다는 디지털 화폐의 장점에 가치의 안정성이 더해지며 단순한 암호화폐의 의미를 넘어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보완, 대체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원화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역시 본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최근의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동향과 금융안정과 관련한 잠재리스크'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발표했다.
・올해 5월 말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2309억달러(주요 스테이블코인 10종 기준)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등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는 스테이블코인이 높은 가치 안정성·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여타 가상자산 및 법화를 대신해 가상자산시장 내에서 주요한 거래 수단으로 정착된 데 따른 것이다.
・주요국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지속적인 확대 흐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선도적으로 실시했으며 미국도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 기조에 따라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담보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법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 것, 반드시 같은 금액의 달러나 미국 국채를 1:1로 보유할 것, 발행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중앙은행의 감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규제를 강화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미국 국채 수요도 증가한다. 앞서 언급했듯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발행사가 그만큼의 미국 국채를 사서 담보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와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미국 정부는 보다 쉽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함으로써 달러를 디지털화하는 방식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 역시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하면 국내에서도 달러가 사실상 통화처럼 쓰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원화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기 시작했으며, 민주당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법안이 처음 발의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려는 데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때 한국 국채를 담보로 설정하게 되므로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국채 판매를 통해 재정을 조달하기 용이해진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디지털 자산 쪽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여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 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통화 담보형 가치자산'으로 정의했다.
해당 법안은 금융회사나 상법상 주식회사가 자기자본이 50억원 이상이고, 전산 설비 및 전담 인력을 갖춰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은 현금, 요구불예금,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와 지방채 등 유동성이 높은 실물자산으로 구성하도록 했으며, 준비자산 규모는 발행 잔액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법안의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주요 쟁점은 발행인 자격과 자본금 준비 요건 등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 발의가 본격화되자,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은 'KRW'를 조합한 이름 등으로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투어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가 풀리면 바로 자체 코인을 발행해 간편결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의 금융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적은 수수료로 더 빠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핀테크 기업에 있어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매우 큰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70%이상 급등하여 상한가를 기록하는 일이 있었는데,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주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우선 은행권에 한정하여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민간기업이 국채 등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시장 불안 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해 금융시장 전체에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를 핀테크 기업 등 민간기업까지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기조를 확장하였다. 한국은행은 처음에는 CBDC(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통화)가 스테이블코인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만 우선 허용해야한다는 입장을 거쳐 결국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위원회 만장일치 의결’이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최종적으로는 특정 민간기업의 참여 허용까지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이 발행 주체나 자본금 준비 요건과 같은 사항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윤곽은 차차 잡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의 지위가 법적으로 정립되면서 그 여파로 탈중앙화금융(DeFi)역시 제도권으로 진입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DeFi 생태계에서 사실상 '기축통화'와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존의 거래소 중심 매매에서 벗어나, DeFi 생태계를 통해 사용자 간 직접 금융 거래를 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고있다.
DeFi는 중개기관 없이 디지털 계약으로 대출·예금·파생상품 거래 등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며, 기존 금융시장이 제공하던 기능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때 DeFi 생태계에는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 대출, 예금, 파생상품 매매 등 대부분의 금융 활동은 기축통화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암호화폐는 그 변동성이 매우 심해 기축통화 역할로는 부적절한 반면, 달러처럼 가격이 안정된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달러'로서 안정적인 단위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은 DeFi 생태계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기준이 되기에도, 담보 자산으로 이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과 DeFi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DeFi 생태계를 함께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DeFi를 통한 대출·결제 등 실사용이 확대되며 블록체인 금융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완전히 자리잡는다면 DeFi 역시 제도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DeFi에 대한 규제를 함께 정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DeFi 규제 체계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DeFi 프로젝트에 한해 증권법 적용을 일부 유예하는 등 DeFi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주요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시스템의 신뢰성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코인과 달러를 1:1로 보유해야하지만,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담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검증이 어렵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담보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실히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로 테더(USDT)의 경우, 과거 2016-2018년 동안 준비금이 부족했던 사실이 확인되어 4,1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과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 디페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2) 투자자 보호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도주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특히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서 사용할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 범위 밖에 놓일 위험이 있어 피해 시 구제가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3) 대규모 환매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 확대
민간이 예금이나 국채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시장 불안 시에 대규모로 환매를 요청(스테이블코인의 현금화를 요구)하는 ’코인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행사가 담보로 들고있던 국채를 급하게 매도하고, 국채 가격이 폭락하며 금융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4) 민간의 자금 유동성 위축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해당한다.
은행예금은 대출과 예금을 반복하며 시장 내에서 신용을 창출한다. 신용 창출이란, 은행이 예금액의 일부만 지급 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대출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예금 통화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화폐를 100만큼 발행하여 A은행에 공급했을 때, 지급준비율이 7%라면 은행은 7을 지급 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민간에 대출하여 93만큼의 통화가 창출된다.
이어 A은행으로부터 93만큼을 대출받은 사람이 B은행에 모두 예금한다고 하면, B은행은 7%인 6.51을 지급 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86.49만큼을 민간에 다시 대출하므로 86.49만큼의 통화가 추가적으로 창출된다.
이렇게 두 단계만 거치더라도,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100이지만 시중에 유통된 총 화폐량은 279.49(=100+93+86.49)가 된다.
이처럼 예금-대출 과정이 반복되며 통화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바로 신용 창출이라고 한다. 예금은 단순히 화폐를 저장하는 역할 뿐 아니라, 신용을 창출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국내 자금이 예금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흡수되며 신용 창출이 어렵게 되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해외자금의 달러수요를 흡수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에 비해 미국 내의 예금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반면, 해외자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미국 외 국가들의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는 해외자금의 수요가 제한되어있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해외가 아닌 국내의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려 국채 등에 묶이면 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시중에서의 유동성을 잃게 만든다. 은행이 아니면 예금과 대출(여수신업무)을 할 수 없는데, 앞서 언급하였듯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는 은행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정부채권 발행을 위한 자금 조달은 쉬워질 수 있더라도, 기업과 가계의 자금 유동성은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5)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 약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리잡으면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량 관리와 금융중개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시중에 풀린 화폐가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민간 부문으로 빠져나가고, 거래와 자산 보유가 민간 시스템 상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주로 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중은행을 거쳐 이루어지는 통화정책의 전통적인 전달 경로는 약해지고, 그 영향력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에서 경제안정화정책은 크게 재정정책(by정부)과 통화정책(by중앙은행)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둘 중 하나인 통화정책이 힘을 잃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에 있어 분명 경계해야 할 지점들이 있지만,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테라·루나 사태에서 그 취약점이 확인된 알고리즘 기반보다는 현실 자산 기반, 즉 담보형 구조가 주류로 자리 잡으며 보다 신뢰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였다.
따라서 이번 이슈의 관건은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정착시킬 것인가'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는 가치 안정성, 준비자산 및 관련 인프라에 대한 신뢰성 유지 방안, 발행자 요건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 확대 시 금융시스템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큰 만큼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다각적이고 철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의 거래 방식과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정착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발행 주체의 책임성, 국가 차원에서의 규제 및 투자자 보호제도 마련,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과 감시 역할까지 모든 요소가 체계적으로 작용해야만 스테이블코인이 신뢰성를 얻으며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방향성을 선점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1. 필드뉴스 https://www.fieldnews.kr/news/articleViewAmp.html?idxno=19758
2.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43071.html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5/06/19/VNCGKRPZJBGRVHL2BLNPCNZVIU/
3. t스토리-옥션박사 https://zipbid.tistory.com/entry/스테이블코인-뜻-종류-완전-가이드2025-최신정보
4. 토스 피드 https://toss.im/tossfeed/article/money-skills-1
5. 테크잇슈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DQroY1OHyS4Fnghhl0kXwVjCtNx-twE
6. 글로벌경제신문 https://www.ge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8116
7. 디지털 투데이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243
8. 기획재정부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1650#:~:text=예를%20들어%20법정%20지급,를%20창출한%20결과이다.
9. 에너지경제 https://m.ekn.kr/view.php?key=20250804021174798
10. 머니투데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227827?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