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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돈과 내일의 돈은 가치가 다르다.

화폐의 시간가치와 현금흐름의 할인

by 이진


금융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현금흐름 할인에 대한 글을 한번쯤 써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들 알겠지'라며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기초적이면서도 너무나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현금흐름 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상 재무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재무관리 수업을 듣게 되더라도, 가장 처음 배우는 내용이 현금흐름의 할인이다.

재무의 모든 개념은 현금흐름 할인을 빼놓고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선 포스트에서 다루었던 NPV의 개념도, 채권가격의 개념도, 모두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구한다. 기업가치를 구할 때도, 선물/선도 등 파생상품의 가격을 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할인'이라는 개념이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하여 되뇌이다보면 어느 순간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온다. 오늘은 현금흐름 할인을 쉽게, 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보려고 한다.




지금 1억 줄까, 아니면 1년 뒤에 1억 줄까?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지금 받을 것을 택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화폐의 시간 가치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금의 1억으로는 외제차 한 대를 살 수 있지만, 미래에 물가가 오른다면 1억이 국산 중형차 한 대 정도밖에 살 수 없는 가치가 되어버릴 수 있다. 즉, 화폐의 실질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둘째, 기회비용 때문이다.

지금의 1억을 받아서 은행에 예금하기만 해도, 1년 뒤에는 예금 이자율만큼의 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굳이 1년 뒤에 1억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셋째,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래는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 지금 받는 돈은 확실하지만, 미래의 돈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다.



지금 1억 줄까, 아니면 1년 뒤에 1억 2천 줄까?



이전의 질문에서 즉시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1년 뒤의 1억보다 지금 1억이 큰 건 알겠는데, 1년 뒤의 1억 2천보다도 지금의 1억이 더 클까?


1년 뒤의 1억 2천은, 지금의 얼마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현금흐름 할인이다.

현금흐름 할인은, 미래에 유입될 돈(현금흐름)의 가치를 오늘 시점으로 환산하는 계산법이다.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1년 뒤의 1억 2천이 오늘의 1억 천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미래의 1억 2천을 선택하는 결론이, 1년 뒤의 1억 2천이 오늘의 9천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현재의 1억을 선택하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겠는가?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출처: https://oopapa.tistory.com/261


현재가치 할인은 복잡한 계산이 아니다.

간단히 표현하면, n기 뒤에 유입될 현금흐름을 (1+할인율)^n로 나누면 현재가치가 계산된다.


현금흐름 할인은 복리 계산의 반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우리는 오늘의 돈을 미래의 돈으로 환산할 때, 복리 계산을 한다.


예를들어,

오늘 1,000만 원이 있다.

이 돈을 연 5% 복리로 예금하려고 한다.

5년 뒤에는 얼마가 될까?

1,000만원×(1+0.05)^5=약1,276만원


즉, 오늘의 1,000만 원은 5년 뒤에 1,276만 원의 가치가 된다.


이때, 방금 수행한 이 미래가치 계산(현금 가치의 성장)의 반대 방향이 바로 현재가치 계산, 즉 현금흐름의 할인이다.


위와 같이,

5년 뒤에 1,276만 원을 받을 예정이다.

예금 금리는 여전히 연 5%이다.

오늘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가치일까?

1,276만원/(1+0.05)^5=약1,000만원


즉, 5년 뒤 1,276만 원은 오늘의 1,000만 원과 같다.

미래의 돈을 오늘의 돈으로 환산한 것, 이것이 바로 현금흐름의 할인이다.




현금흐름의 할인을 위해서는, 현금흐름을 나눌(분모에 들어갈) 적절한 할인율이 필요하다.

할인율은 "기회비용"의 개념이다.


앞선 사례에서는 시중 금리를 할인율로 사용했다.


'오늘 1,000만원 받아서 예금하면 5년 뒤에는 1,276만원이 될텐데...'에서 나는 예금 이자를 1년 동안 자금을 묶어두는 것의 기회비용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금 이자율, 즉 시중 금리를 할인율로 사용한 것이다. 현실에서 개인은 주로 현금을 예금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므로, 가장 대표적인 할인율은 시중 금리가 된다.


그러나 내가 만약 예금이 아닌 주식 투자를 할 예정이라면, 할인율은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 즉 시장 금리에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주식 투자는 예금보다 위험이 클 것이므로) 조금 더 높은 할인율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기업의 경우 개인과는 또 다른 ‘가중평균 자본비용’이라는 할인율(이는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므로, 나중에 또 하나의 주제로 다루어볼 예정이다) 사용한다.


이와 같이 할인율은 실제로 사람마다, 조직마다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다. 기회비용은 각자가 대신 할 수 있었던 선택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방법을 알게됨으로써, 이제 당신은 보다 현명한 경제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120만 원을 주는 사업과 3년 뒤에 150만 원을 주는 사업이 있다. 그리고 당신은 시장금리, 즉 현금흐름 할인에 이용할 할인율이 10%라는 사실을 알고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의 120만원과 미래의 150만원을 단순 비교하여 후자를 선택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3년 뒤 150만 원을 현재가치로 환산해보면, 150/(1+0.1)^3=112.7, 즉 지금 가치로 약 113만 원에 해당하므로, 현재의 120만원을 택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사실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현금흐름 할인은 단지 이론상의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수익성을 따질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개념이다. 이 글이 현금흐름의 기초를 다지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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