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본질과 찬반 논쟁
이 글에 어떤 제목을 붙여야할지 고심하다가 본의 아니게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이 지어진 것 같다. 아쉽게도(?) 공매도를 옹호하려는 글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차입+주식 매수와의 거울상' 개념으로서 공매도의 '이론적' 타당성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실 공매도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공정한 거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공매도는 왜 그 공정성을 잃게 된 것인지, 현실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이론적' 타당성이라니 무엇인가 복잡한 논리가 등장할 것 같았다면 큰 오해다.
핵심 질문은 간단하다.
우리는 주가가 오를 것 같을 때
돈을 빌려 주식을 산다.
그렇다면 주가가 내릴 것 같을 때
주식을 빌리는 것은 왜 문제가 되는가?
주가가 오를 것 같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주식을 구매해야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돈이 없다면?
빌려서 일단 산다.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올라가면 팔아서 돈을 갚는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주식을 팔아야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주식이 없다면?
빌려서 일단 판다.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주식을 갚는다.
후자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을 공매도라고 한다. 이름과 같이, 없는(空)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해를 위해 간단한 수로 예시를 들어보자.
A기업의 주식 현재가가 10,000원인데, 나는 이 주식의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지금 일단 주식을 빌려서 10,000원에 판다.
이후 예상과 같이 주가가 7,000원으로 내려가면,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다.
나는 주식을 10,000원에 팔았는데 7,000원으로 다시 매입했으므로, 차액 3,000원은 나의 수익이 된다.
공매도는 거창하거나 비정상적인 전략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차입+매수의 대칭적 투자 방식이다.
둘은 똑같이 ‘빌려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구조이다.
왜 주가가 올라갈 것에 베팅하는 것은 되고, 주가가 내려갈 것에 베팅하는 것은 안되는가?
시장의 양방향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사실 공매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놓고 보면,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더 어색해보이지 않은가? 오히려 공매도의 금지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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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리가 공매도 찬성론자들의 주된 주장이다.
자본시장은 기본적으로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의 균형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구조다.
주가가 과소평가되면, 사람들이 그 주식을 (돈을 빌려서라도) 구매하기 때문에 과소평가 된 주가가 올라가 시장 균형이 빠르게 달성된다(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주가가 과대평가되면, 사람들이 그 주식을 (주식을 빌려서라도) 판매할 수 있는 상황, 즉 공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시장 균형이 빠르게 달성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양방향에서 차익거래가 가능해야 시장은 정상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매수 측의 차익거래는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매도 측의 차익거래는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에 주가의 과소평가는 빠르게 제 가격을 되찾아가지만, 과대평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해결되기 때문에 자산가격에 버블이 발생하거나 균형가격 형성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즉, 차입 매수는 매수의견을 반영하는 장치라면, 공매도는 반대편에서 매도의견을 반영하는 장치다. 따라서 공매도가 없으면 시장에는 매수 의견이 매도 의견보다 과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자산가격 버블의 원인이 된다. 매수 의견은 주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에 반영되는 반면, 매도 의견은 주식을 가진 사람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쪽에서 시장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공매도의 본래 역할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항상 현실과 이론의 괴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기능적 공정성을 지니는 공매도는, 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불공정한 자본거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공매도 거래에 있어, 개인투자자는 구조적으로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차입 공매도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일에 주식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고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상 주식 대차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기관이나 외국인의 경우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하고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합법적인 차입 공매도의 경우에도, 개인은 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하게된다. 개인은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으며, 빌린다고 해도 수수료, 매도 가능 종목 제한, 상환기간 등에서 기관에 비해 큰 부담이 따른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로, 현재 개인투자자는 전체 공매도 거래량 중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공매도 세력이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기업에 대해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왜곡되거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고, 구조적으로 정보력과 자본력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훨씬 더 큰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공매도는 이론적으로 공정한 거래다.
그러나, 현실의 공매도 시스템은 공정하지 않다.
금지되었던 공매도가 올해 3월 31일부터 전면 재개되면서, 공매도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드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되고있다.
기존의 주식 대차 담보 비율(주식을 빌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담보 비율)은 개인투자자가 120%, 기관과 외국인은 105%로 개인에게 불리한 차이가 있었던 반면, 올해부터는 개인의 담보비율 역시 105%로 기관투자자와 같아진다.
주식 대차시 상환기간 역시 기존의 차이를 없애고, 개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동일하게 90일, 최장 1년의 기한을 적용하도록 개선되었다.
또한, 불법(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려는 조치를 마련함과 동시에(자세한 사항은 아래 참고자료를 참고 바랍니다)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이려는 법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공매도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거래 제도다. 따라서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공매도 관련 제도가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금융시장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살리되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자료>
1. 금융위원회 https://www.fsc.go.kr/no010101/84025?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2. 금융위원회 https://www.fsc.go.kr/no010101/84216?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