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독후감 #7 : 껍데기 책을 읽고 난 후

사회에 꼭 있는 그 부류

by ClaireH


그녀의 첫 모습은 눈이 아니라 목소리였다. 당차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의지로 가득한 목소리. 마치 전형적인 신입 영업사원 같았다. 물건을 이렇게 하면 잘 팔 수 있다며, 네이버 라이브 쇼핑까지 가능하다고 사장님에게 자신 있게 어필하던 목소리였다.


나는 그저 단기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래서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치 않게 정직원이 되어버렸다. 어떤 회사인지, 무슨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원서 한 장 없이 덜컥 시작해 버린 회사 생활이었다.


그 무렵, 그녀도 회사에 들어왔다. 처음엔 거절했다더니,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단둘이 남았을 때 내가 물었다.


“왜 다시 들어오셨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저는 생산직 일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판매나 기획을 맡으러 들어온 겁니다.”

작은 중소기업, 직원 네 명 남짓한 회사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그녀가 솔직히 황당했다.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그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문이 몰려 생산에 모두가 매달려야 할 때도, 그녀는 손을 거들지 않았다. 거래처 미팅에 나가서는 서툰 영어로 버벅거렸고, 결국 팀장님이 모든 일을 떠맡았다. 회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님—사장님의 아내이자 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녀는 내 작은 실수들을 크게 부풀려 회장님과 다른 직원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그렇게 쉽게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따로 있었다. 그녀가 회사 안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브랜드를 병행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업종이었으니, 회장님이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장님 앞에서 힘들다며 울며불며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그럼 그만둬라.”


그녀는 결국 떠났다. 떠난 뒤에 남은 건 무엇이었을까. 보여주기식 열정, 숫자 종이 몇 장, 그리고 똑똑한 척에 불과했던 말들뿐.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또 누구의 뒤를 흉보며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회사는 혼자 잘난 척하는 무대가 아니다.

함께 굴러가는 팀이다.


그녀는 끝내 그 단순한 진실을 배우지 못한 채 떠났다.

내게 그녀는, 화려하게 포장된 껍데기 같은 책이었다. 겉은 요란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남는 문장은 하나도 없는 책.


그녀는 아마도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당신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당신이 꿈꾸던 삶과는 다르지 않은가.


당신이 그렇게 폄하하던 나는 오히려 몇 배는 더 단단해지고, 잘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길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고 싶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진짜 행복하기를.


-오늘의 교훈-


당신의 모습은 결국엔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