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천
[오색의 경계: 양산 모텔촌에서 만난 낯선 축복]
양산의 오후는 서울보다 조금 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모텔과 노래방, 그리고 '다방'이라는 해묵은 글자가 적힌 간판들이 즐비한 이곳은 도시의 욕망과 피로가 눅눅하게 내려앉은 섬 같았다. 외지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곳은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공기가 감돌았다.
길을 걷다 문득 시선이 멈춘 곳은 2층에 위치한 '발리 다방'이었다.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상가 건물, 하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다섯 가닥의 선이 공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빨강, 노랑, 초록, 흰색, 그리고 보라색. 선명한 **오색 천(五色 布)**이었다.
서울의 번화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세련된 디지털 사이니지와 무채색의 빌딩 숲에 익숙해진 눈에, 하늘을 찢고 나온 듯한 그 원색의 대비는 생경함을 넘어 기이한 긴장감마저 주었다.
"저건 왜 저기 걸려 있는 걸까?"
이방인의 물음에 도시는 묵묵부답이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천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속삭이는 듯했다. 그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을 닮아 있었다. 무속 신앙에서 오방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닌다. 유흥기가 밀집한 이 거리에서, 새로 문을 연 '발리 다방'의 주인은 어쩌면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저 천을 내걸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번뇌와 유혹이 도사리는 이 골목에서, 저 오색 천은 일종의 **'영역 표시'이자 '결계'**였다. "이곳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니, 부디 궂은일 없이 번창하게 해달라"는 아주 오래된 기복(祈福)의 형태가 2025년의 양산 도심 한복판에 박제되어 있었다.
서울이었다면 아마도 세련된 화환이나 미니멀한 오픈 알림판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양산의 골목은 현대적인 욕망과 토속적인 신앙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뻗은 흰색 승용차와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오직 하늘만이 그 강렬한 원색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었다.
시선이 다시 하늘로 향했다.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다섯 줄기 빛깔. 그것은 이 삭막한 유흥의 거리에 던져진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문 같기도 했고, 이방인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을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축제 입구 같기도 했다.
나는 그 오색의 경계 아래를 조용히 지나치며, 이름 모를 다방 주인의 행운을 빌었다. 서울에서는 잊힌, 그러나 이곳에선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 투박하고도 선명한 삶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면서.
왜 서울에선 보기 힘들까요?
시각적 표준화: 서울의 주요 상권은 옥외광고물법과 도시 미관 가이드라인이 매우 엄격하여, 이렇게 건물을 가로지르는 대형 천이나 설치물을 설치하기가 어렵습니다.
규제 위주 시정
서울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