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뒤꼭지
연탄불 위에 올려진 솥뚜껑이 있었다.
불은 세고, 말은 없고, 손만 바빴다.
기름을 두를 때 숟가락을 쓰지 않았다.
무의 뒤꼭지를 잡고,
하얀 속살이 검게 변할 때까지
원을 그리듯 문질렀다.
치이익—
그 소리는 불이 아니라
손이 내는 소리였다.
그 손은 서두르지 않았다.
기름이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전은 재료로 굽는 게 아니라
손의 기억으로 굽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영월에 와서
메밀전병을 마주했을 때
맛보다 먼저 떠오른 건
그 무 뒤꼭지였다.
얇게 밀린 메밀피,
속을 눌러 담지 않고
말아 올린 단면.
기름은 튀지 않고
스며 있었고,
김치는 시끄럽지 않았다.
이건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라
손의 밀도였다.
시장이라는 공간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손은 다 다르다.
같은 불,
같은 철판,
같은 메밀인데도
어떤 집은 한 장이면 충분하고
어떤 집은
다음 날 다시 오게 만든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손이 먼저 대답하는 곳이 있다.
연탄불 위 솥뚜껑을 돌리던
그 손처럼,
여기서도 손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 생각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