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2001년 오늘, 19명의 알카에다 연계 테러범들이 민항기 4대를 납치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D.C. 인근의 펜타곤을 공격했고, 또 한 대는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2,977명이 목숨을 잃었고, 세계는 ‘안전’에 대한 확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들이마십니다.
고요가 들어옵니다.
큰 건물이 무너지던 날을 떠올리면,
나는 계단을 오르던 발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내려오라는 세상의 본능을 거슬러
올라가던 사람이었지요.
우리는 그날 이후,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묻습니다—
벽인가, 다리인가.
아침, 집 근처 작은 소방서 앞을 지났습니다.
젖은 호스를 정리하던 대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나는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물 한 컵을 건넸습니다.
말은 짧았지만, 뜨거운 김이 우리 사이에 얇은 다리를 놓았습니다.
바로 그때 구급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길가에 비켜 서서
각자의 하루를 잠시 멈추는 장면이 펼쳐졌지요.
멈춤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서로를 통과시키는 다리의 첫 공사라는 걸 배웁니다.
오늘, 나는 내 안의 무너진 자리들을 살핍니다.
서둘러 덮지 않고, 천천히 기초 공사를 합니다.
미움 위엔 말 한 장을 덜고,
두려움 위엔 숨 한 번을 더 얹고,
오해 위엔 질문 하나를 놓습니다.
작은 자재들이 모이면 다리가 됩니다.
오늘, 내 말이 먼저 멈추고
내 눈빛이 먼저 부드러워지고
내 손이 먼저 내려놓게 하소서.
내가 옳음을 증명하려 들기보다
당신의 사연이 지나갈 틈을 내어 주게 하소서.
무너진 자리에서도
서로에게로 가는 다리의 설계도를
잃지 않게 하소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리 놓기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한 번 더 잡아 주는 일,
횡단보도에서 작은 손을 잠깐 붙잡아 주는 일,
낯선 사람을 향해 고개를 먼저 숙이는 일.
그 사소한 나무판자들이 오늘의 강을 건너게 합니다.
숨을 내쉽니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서로에게로 가는 길을 다시 설계하라는 신호입니다.
나는 오늘도 배웁니다—
흔들리되 가라앉을 줄 아는 사람,
가라앉되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기를.
감사합니다.
내 하루에 건너갈 이유가 남아 있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