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6
2025년 9월 16일 — 깨어나는 여명 속 기억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어제의 어둠이 아직 기억 한켠에 잠자더라도,
새벽빛은 속삭이며 마음을 흔들고,
삶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1950년 9월 16일, 한국전쟁 중 유엔군이 부산 방어선을 뚫고 반격을 개시하였습니다.
몇 주간 밀리고 또 밀리던 이 땅에서,
작은 뿌리처럼 숨죽이고 있던 희망이 마침내 솟아오르기 시작한 날입니다.
저항과 절망이 교차하던 순간에,
서서히 무너지는 것만이 아닌 회복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증명이었습니다.
새벽시장 골목에선 아직 등불 같은 가로등만 켜져 있고,
노을이 길 위를 붉게 스칩니다.
할머니 한 분이 작은 상자를 들고 와 옷가게 앞에 앉아 계십니다.
오래된 실밥이 풀려있는 외투,
서툰 바느질 손길로 하나하나 꿰매어 보시지만
목적인 건 ‘완벽함’이 아니라 ‘다시 입을 수 있음’ 임을 압니다.
젊은 청년이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고,
말없이 큰 재봉실을 들여다 보여줍니다.
“이 실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 손끝에서 나오는 실이
할머니의 외투에 스미면서,
공기 중에 희망이 내려앉습니다.
외투 하나 꿰메는 그 시간이
파도 속 균열을 메우는 작은 돌 하나가 되고,
잊고 있었던 연결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 됩니다.
빛으로 깨어나는 이 아침에,
내 마음의 부산 방어선이 열리게 하소서.
밀려오는 두려움,
감춰온 상처,
나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경계들 속에
한 줄기 틈이 생기길 원합니다.
깊은 밤에 얼어붙은 뿌리처럼,
움츠러든 마음처럼,
믿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숨 쉬는 줄 알기에…
나를 다독이는 손길이,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균열을 메우는지 알게 하소서.
내 하루가
타인의 아픔 앞에 고개 숙일 줄 아는 하루가 되게 하시고,
내 작은 용기가
누군가의 무게를 나눌 수 있게 하소서.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깃드는 곳이 있으니,
숨 고르며 다시 일어서는 나를 허락하소서.
상처가 썩어서 무뎌지지 않게 하시고,
상처 위에 새살 돋듯
희망이 피어나는 것을 보게 하소서.
오늘, 내가 꿰매는 외투 한 벌처럼,
내 삶의 갈라진 자리들이
따스한 연결로 바뀌게 하시며,
가라앉은 마음이 맑고 투명해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