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호흡·상상으로 뇌, 신경, 통증, 회복을 바꾸는 법.2장
자극 자체보다 ‘해석’이 문제인 이유
해석이 바뀌면 뇌의 활성 패턴이 바뀌고, 그게 다시 몸으로 번역됨
“나는 끝났다” vs “나는 아직 과정 중이다”가 자율신경에 주는 메시지
– 같은 사건, 다른 세계
같은 회의실, 같은 시간, 같은 상사.
상사가 말한다.
“이번 건, 좀 아쉽네요.”
소리는 분명 똑같이 흘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하루는
완전히 다른 길로 흩어져 간다.
A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역시 난 안 되는 사람이야.”
가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하얘진다.
회의가 끝난 뒤
A는 자리에 털썩 앉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B는 조금 멍하니 상사의 얼굴을 보다가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어디가 아쉬웠는지 물어봐야겠다.
다음엔 좀 더 쫄깃하게 만들어 보자.”
그 역시 마음이 편한 건 아니지만,
메모장을 꺼내
수정할 포인트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같은 말,
같은 볼륨,
같은 표정.
그런데 왜
한 사람은 자신을 부정하는 증거로 삼고,
다른 한 사람은 다음 도전을 위한 재료로 삼을까?
그 차이는
상사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해석기’**에 있다.
뇌는 말을
그냥 “소리”로 두지 않습니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순식간에 이야기를 붙입니다.
마치
영화를 본 뒤 “평론”을 쓰는 사람처럼,
우리 안에는 늘
자극 위에 설명과 의미를 덧씌우는
작은 해설자가 앉아 있습니다.
상사가 “좀 아쉽네요”라고 말했을 때,
이 해설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속삭입니다.
A의 해석기:
“저 말은 ‘너 때문에 실패했다’는 뜻이야.
넌 원래 부족한 사람이야.”
B의 해석기:
“저 말은 ‘가능성이 있는데 좀 더 밀어보자’는 뜻일 수도 있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자극은 같지만,
해설이 다르니
감정도, 몸 반응도, 행동도
모두 달라집니다.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이 날 망쳤어”라고 말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그 사람이 던진 말 위에
내 해석기가 붙인 이야기 때문에
내가 무너진 것이다.”
물론,
상처를 주는 말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우리 안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머무를지는
해석기가 어떤 스토리를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은
하나의 흑백 사진 같은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연기되었다.”
“시험에서 떨어졌다.”
“몸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
이 사진 위에
우리는 매번
다른 색 필터를 씌웁니다.
“이건 내가 무능하다는 증거야.”
“역시 난 안 돼.”
“이젠 다 끝났어.”
이렇게 해석하면
사진 전체가 절망의 색을 띱니다.
반대로,
“이건 내가 다른 길을 모색하라는 신호일지도 몰라.”
“내 몸이 속도를 조절하라고 알려주는구나.”
“아쉬운 실패지만, 데이터 하나를 얻은 셈이야.”
라고 해석하면
사진은 과정의 색, 배움의 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사건은 같지만,
해석이 달라지면
감정의 색깔도 바뀝니다.
“나는 무능하다”는 해석 →
수치, 두려움, 무기력.
“나는 성장 중이다”는 해석 →
아쉬움, 긴장, 하지만 움직이려는 에너지.
우리는 자주
“감정이 나를 휘두른다”고 느끼지만,
그 감정을 만들어낸 첫 단추는
대부분 내가 사건에 붙인 문장입니다.
사건이 곧 감정이 아니라,
사건 → 해석 → 감정 → 몸 반응
이라는 긴 사슬 속에서
해석이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한 번 떠올려 봅니다.
해석과 감정, 뇌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감정의 경보 버튼 역할을 하는 뇌 부위 중 하나가
편도체입니다.
빠르게 “위협/안전”을 판단하고
몸에 신호를 보냅니다.
반면, 이 상황을 다시 보고
“정말 그렇게 심각한가?”를
차분히 살펴보는 역할은
전전두엽이 맡습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어떤 사건을 “재평가(다르게 해석)”하는 연습을 할 때
전전두엽의 활동이 늘어나고
편도체의 반응이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즉,
“이건 내 인생의 끝이야” → “이건 내 인생의 한 장면이야”
이렇게 해석을 바꾸는 일은
단지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뇌 안에서 실제로
감정 회로의 강도를 조절하는 행동입니다.
지금,
최근에 있었던 일 하나를 떠올려 봅시다.
실패, 실수, 갈등,
혹은 내 몸의 상태와 관련된 일도 좋습니다.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르면
공책이나 메모에
간단히 사건을 적습니다.
예) “검사 결과가 예전보다 안 좋게 나왔다.”
이제 그 아래에
두 개의 칸을 만듭니다.
해석 A – 자동으로 떠오르는 이야기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필터 없이 적어 봅니다.
예)
“역시 나아지는 건 없구나.”
“나는 점점 망가지는 중이다.”
“앞으로 더 나빠질 일만 남았겠지.”
그 아래에
이 해석을 떠올릴 때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한 단어로 적습니다.
“두려움, 포기, 짜증, 무기력…” 중 떠오르는 것.
해석 B – ‘과정’의 관점에서 다시 써 본 이야기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조금 다른 창문을 열어 봅니다.
“이 사건이
나에게 무엇을 ‘증명’하는가?”가 아니라,
“이 사건이
나에게 무엇을 ‘연습시키고 알게 하는가?’” 쪽으로
질문을 바꿔 보세요.
예)
“지금 내 몸이 속도를 조절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활 습관을 다시 정비해야 할 타이밍을 알려준 결과다.”
“나는 아직도 내 몸을 도울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
그리고 나서,
이 해석을 읽을 때 드는 감정을
역시 한 단어로 적습니다.
“아쉬움, 조심스러운 희망, 약한 안도…” 등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이 연습은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내가 어떤 이야기를 붙이느냐에 따라
내 감정과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사건을 바꾸는 연습이 아니라,
사건 위에 올려두는 문장을
조금씩 바꾸는 연습을 시작한 것입니다.
다음 소단원에서는,
이렇게 반복되는 해석이
어떻게 뇌 안에서 자동 반응 회로가 되는지,
그리고 그 회로를 다시 깔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 자동 반응 회로와 재배선의 가능성
숲길을 떠올려 봅시다.
처음엔 잡초와 나뭇가지가 뒤엉켜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같은 자리를 자주 지나가면,
풀은 밟혀 눕고,
돌은 옆으로 밀리고,
마침내 하나의 길이 생깁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