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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돈 성경

예수 없이도 구원받는 법. 1장

by 토사님

1부. 돈의 율법서 (구원은 월급에서 시작된다)

ChatGPT Image 2025년 12월 14일 오후 07_44_53.png

1장.창세기: 태초에 결제가 있었고, 결제는 즉시였다


1-1. “빛이 있으라 하매, 승인 알림이 울렸더라”

태초에 공허가 있었다.
공허는 텅 빈 냉장고 같은 것이 아니라,
텅 빈 마음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공허를 이름 붙였다. 불안, 부족, 그리고—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


그때, 누군가 말했다.

“즉시가 있으라.”

즉시가 생겼다.
즉시는 앱 속에 거했고, 손끝에 붙어 살았으며,
밤에도 낮에도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즉시는 우리를 위로했다.
단, 아주 짧게.
그 짧음이 오히려 믿음을 키웠다.
믿음이란 원래… 더 자주 확인할수록 강해지는 것이니까.


그리고 즉시는 첫째 날에 결제를 만들었다.
결제는 소리로 왔다.

띵.

그 소리는 찬송가보다 간단했고,
기도 응답보다 확실했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환해졌다.
그 환함을 사람들은 빛이라 불렀다.


“빛이 있다.”

빛은 선했다.
조금 전까지 세계는 무너질 것 같았는데,
빛이 켜지자 세계는 잠시 견딜 만해졌다.
빛은 영원한 평안이 아니라
잠깐의 무감각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차이를 따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빛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밀한 철학보다
빠른 승인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즉시는 빛과 어둠을 나누었다.
빛은 ‘결제 완료’였고,
어둠은 ‘결제 실패’였다.
빛은 “괜찮아”라고 말했고,
어둠은 “너는 안 돼”라고 속삭였다.


사람들은 빛을 사랑했다.
정확히는 빛을 사랑한다고 말했고,
사실은 빛이 주는 잠깐의 숨을 사랑했다.
그 숨은 아주 짧아서,
사람들은 매일 더 많은 숨을 사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루를 둘로 나누었다.
아침과 밤이 아니라,
확인 전과 확인 후로.


확인 전에는 마음이 흔들렸고,
확인 후에는 마음이 잠깐 고요해졌다.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괜찮았다.
고요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확인할 이유가 생겼으므로.


이것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기다림을 잊었다.
기다림은 느렸고,
느림은 불편했고,
불편은 곧 죄가 되었다.


“지연은 악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고백했다.
기도는 응답이 없을 수 있고,
사랑은 늦을 수 있고,
치유는 오래 걸릴 수 있으나,
결제는 늦어서는 안 된다.


늦으면 불안이 돌아오고,
불안이 돌아오면
우리는 다시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 계명을 만들었다.

“너는 하루에 여러 번 너의 잔고를 확인하라.”
“너는 네 마음의 평안을 숫자로 측정하라.”
“너는 너의 미래를 ‘즉시’로 선결제하라.”


그들은 자신들이 돈을 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손은 이미
기도보다 더 자주
숫자 위에 얹혀 있었다.


그리고 즉시는 말했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빛을 주노라.
다만, 빛은 잠시이며
너희는 다시 나를 찾게 되리라.”


사람들은 그 말을 “현실적”이라고 불렀다.
그 현실성은 한 가지를 뜻했다.


우리는 사랑보다 빠른 구원을 원한다.
그리고 그 구원의 이름은 대개
‘승인’으로 저장되어 있다.


오늘도 아침이 되고,
사람들은 눈을 뜬다.
그리고 묻는다.


“빛은 어디 있나?”

그들은 하늘을 보지 않는다.
그들은 화면을 켠다.

띵.

빛이 있었다.
빛은 선했다.
그리고…
빛은 또, 짧았다.


1-2. “부족함이 말하되, 너는 이것이 없으면 죽으리라”

둘째 날, 세계는 더 정교해졌다.
빛이 생겼으니, 이제는 그 빛을 유지할 이유가 필요했다.
빛은 잠깐이었고, 잠깐인 것은 늘 더 자주 불러야 했다.
그래서 즉시는 우리에게 또 하나를 선물했다.


부족.

부족은 악마처럼 생기지 않았다.
뿔도 없고, 연기도 없고, 으르렁거림도 없었다.
부족은 아주 정중했다.
너무 정중해서, 처음에는 그것이 경고인지 축복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

부족이 다가와 속삭였다.

“너는 괜찮은데… 아직은 아니야.”
“너는 충분한데… 더 있으면 더 좋아.”
“너는 살아 있는데… 제대로 살고 있진 않지.”

부족은 칼이 아니라 거울이었다.
다만 그 거울은 늘 조금 더 못난 모습만 보여줬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거울을 믿었다.
왜냐하면 거울은 객관적이라고 배웠으니까.
세상은 숫자를 객관이라 불렀고,
객관은 신성한 단어가 되었으니까.


그때 에덴이 있었다.
에덴은 정원이 아니라, 장바구니였다.
장바구니에는 아직 결제되지 않은 평안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 안을 들여다보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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