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힘으로 몸을 치유하는 법. 2장
정신신경면역학(PNI): 감정과 생각이 신경·내분비·면역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흐름 소개.
만성 스트레스가 염증과 면역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사례 중심 설명.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함께 아프다”는 사실을.
중요한 전화를 받기 직전,
손바닥에 스르르 땀이 배어 나오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크게 다투고 난 다음 날,
이유 없이 속이 더부룩하고 두통이 찾아오는 아침.
좋아하는 사람과 웃으며 밥을 먹을 때,
평소에는 잘 넘어가지 않던 음식이
신기하게도 스르르 목을 지나가는 순간.
우리는 이런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 와서,
거의 설명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 버립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 서면
말이 막혀 버립니다.
도대체 생각과 감정이
어떤 길을 통해
심장과 위장, 면역, 호르몬으로 내려가는 걸까.
그 길을 지도처럼 그려 보려는 학문,
그것이 바로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 PNI)**입니다.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심각한 건 아니길…”
머릿속에서 같은 문장이 자꾸만 되감기고,
의사실 문이 열릴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요란하게 뛰기 시작합니다.
이때 일어나는 일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몸 안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정신)
“혹시 나쁜 결과면 어떡하지?”
“이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과 상상이
공포, 불안, 초조라는 감정을 불러옵니다.
뇌와 신경(Neuro)
감정을 다루는 뇌의 한가운데,
편도체·해마 같은 영역이
“위험 신호!”를 감지합니다.
이 신호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시상하부라는 작은 지휘자에게 전달되고,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온몸으로 “준비!”라고 알립니다.
내분비, 호르몬(Endocrine)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에게
이어지는 명령을 내려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킵니다.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혈관은 수축하고,
호흡은 얕지만 빠르게 바뀝니다.
면역(Immunology)
단기적으로는
몸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필요하다면 면역세포들이
‘전시 모드’로 준비 태세를 갖춥니다.
이 전체 과정이
순식간에, 자동으로,
당신이 “이제 심장아 빨리 뛰어!”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정신(psycho) – 신경(neuro) – 내분비/면역(immunology)**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일상적인 장면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결코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관념이 아니라,
뇌와 신경을 타고 내려와
호르몬의 강을 흐르고,
면역의 숲까지 흔들어 놓는
하나의 전기 신호와 화학 반응의 연쇄입니다.
한때 의학은
“몸은 몸, 마음은 마음”이라고 잘라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몸은 혈액, 장기, 근육, 신경,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세계.
마음은 심리학과 철학이 다루는 모호한 세계.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연구들은
다시, 그리고 또렷하게
이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음과 몸은
애초에 그렇게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정신신경면역학(PNI)은
이 단순한 진실을
과학의 언어로,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천천히 확인해 온 흐름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우울·불안이 심할수록
감기나 감염에 더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극심한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된 사람들에게
염증 표지자(예: CRP, 특정 사이토카인)가
왜 더 높게 나타날까?
명상, 지지적 상담, 치유적 관계가
면역세포 활성, 수면의 질, 통증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니,
마음 – 신경 – 호르몬 – 면역이
서로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PNI는 말합니다.
생각과 감정은
뇌와 자율신경계를 움직이고,
자율신경과 호르몬은
면역의 밸런스를 조절하며,
면역과 염증의 상태는
다시 뇌와 기분,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어
우울·피로·통증의 경험을 바꾼다.
즉,
마음 ↔ 뇌·신경 ↔ 호르몬 ↔ 면역
이 네 가지는
서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물리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우리가 “기분 탓”이라고 가볍게 말하던 것들 뒤에는
실제로 혈류의 속도, 호르몬 농도, 면역세포의 움직임이
함께 흔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당신 안의 치유 스위치를 켜는 법”
그리고
**“정신의 힘으로 몸을 치유한다”**는 말.
이 말은
더 이상 기적이나 미신의 영역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 말은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생각과 감정, 믿음과 의미 해석을 통해
내 뇌와 신경, 호르몬과 면역의 톤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바꿀 수 있다.”
정신의 힘이란
하루아침에 종양을 지워 버리는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강도를 낮추고,
신경계의 긴장을 풀어 주고,
회복을 돕는 호르몬 환경을 조성하며,
면역과 염증의 균형을 조금 더
“치유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힘입니다.
이 변화들은
대부분 눈으로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변화들의 합이
통증을 견디는 힘,
치료 부작용을 감내하는 힘,
다시 한 번 일어나 살아 보겠다는 힘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치유”는
이런 뜻에 더 가깝습니다.
“병을 없앨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 몸 안의 치유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마음에서부터 길을 열어 주는 것.”
PNI라는 지도를 손에 쥐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내가 오늘 어떤 생각을 고르고,
어떤 말을 나에게 건네고,
어떤 호흡과 상상을 반복하느냐가
단지 “기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몸 안의 선들을 건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여기까지가
2장의 첫 번째 소단원이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입니다.
마음과 몸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는 것,
그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흐름이
바로 정신신경면역학(PNI)이라는 것,
그리고 “정신의 힘”이란 말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네트워크 속에서
스트레스라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망가진다는 말을.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보면,
우리가 막연히 싫어해 온 ‘스트레스’는
원래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정교한 알람 시스템이었습니다.
다음 소단원에서 우리는,
이 스트레스라는 알람이
어떻게 켜졌다 꺼지는지,
어쩌다가 꺼지지 못하고
만성적인 경보음으로 변해
염증과 면역을 무너뜨리는지,
그 과정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조용히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어 봅니다.
내가 지금 내쉬는 이 숨 하나도
뇌와 신경, 호르몬과 면역의 세계를
조용히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당신 안의 치유 스위치를 향한
다음 선 하나가
곧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요즘 쓰는 말 속에서
“스트레스”는 거의 악마 같은 존재입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때문에 다 망가졌어.”
그래서인지 우리는
스트레스를 무조건 없애야 할 것처럼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몸의 입장에서 보면,
스트레스는 원래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정교한 알람 장치였습니다.
문제는,
그 알람이
너무 오래, 너무 자주,
끄지 못한 채 울려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시간을 거슬러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깊은 숲속에서
당신이 사냥을 나갔다고 상상해 볼까요.
갑자기 뒤에서
낯선 짐승의 숨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은 당신보다 먼저 상황을 알아챕니다.
심장이 두근,
눈이 번쩍,
온몸의 감각이 예리하게 깨어납니다.
이때 몸 안에서는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감신경 – 몸의 가속 페달
“도망치거나 싸울 준비를 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며,
근육으로 더 많은 피가 공급됩니다.
위장 운동은 잠시 멈추고,
소화 같은 건 나중으로 밀려납니다.
(지금은 밥보다 목숨이 먼저니까요.)
HPA 축 –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의 비상 회의
뇌의 시상하부는 상황을 보고
뇌하수체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뇌하수체는 다시 부신(콩팥 위의 작은 장기)에게
“비상사태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부신은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합니다.
그 결과,
당신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고,
훨씬 날카롭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싸울 힘까지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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