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시도와 과학적 가능성,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길.8장
—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시선으로 본 ‘영혼의 대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도 뇌는 ‘대화’를 계속하려 한다
그리움이 만들어낸 ‘지속적 연결’ 현상
— ‘끊어짐’을 거부하는 연결의 회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을
우리는 머리로는 압니다.
장례가 끝났고,
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으며,
문자에 답장이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도
몸과 마음은 자꾸 이렇게 반응합니다.
“곧 연락이 올 것 같다.”
“문득 뒤돌아보면 서 있을 것 같다.”
이 감각은
약함도, 미련도 아닙니다.
뇌가 아직 이별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의 언어로 보면,
관계는 감정이기 전에
구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며
뇌는 수천, 수만 번의 반복을 겪습니다.
이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떠오르고
이 시간대면 그 사람이 전화를 했고
이 상황에서는 그 사람이 이렇게 반응했다
이 모든 예측과 반응이
뇌 안에 회로처럼 고정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뇌는 여전히 이렇게 작동합니다.
“이 상황이면
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을
뇌가 단번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중요한 관점을 하나 바꿔봅시다.
이별이나 죽음은
뇌에게 이렇게 인식됩니다.
“관계 정보가 사라졌다” ❌
“관계에 대한 새로운 입력이 멈췄다” ⭕
즉,
그 사람에 대한 기억과 회로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새로운 정보만 들어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뇌는
본능적으로 기다립니다.
오늘도 전화가 없었네
내일쯤은 오겠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야
이 기다림은
논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뇌의 자동 반응입니다.
과거의 대부분의 이별은
서서히 일어났습니다.
멀어지고
덜 만나고
덜 의지하게 되고
하지만 죽음은
그 과정을 통째로 건너뜁니다.
그래서 뇌는
적응할 시간을 빼앗긴 채,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이렇게 책망합니다.
“이제 잊어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하지만 뇌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움은 잊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적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새로운 현실에 맞춰
기존의 회로를 천천히 수정합니다.
이 상황에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없다
이 선택은
이제 내가 혼자 해야 한다
이 업데이트 작업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리움은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합니다.
이것은
뇌가 고장 난 신호가 아니라,
관계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움의 초기에는
이런 경험이 흔합니다.
집 안에서
발소리를 들은 것 같고
방금 이름을 부른 것 같고
습관적으로 말을 걸었다가
문득 멈춥니다
이때 우리는
“내가 이상해진 건 아닐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뇌는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아직 업데이트 중입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은
뇌에게 ‘외부 인물’이 아니라
환경의 일부였습니다.
그래서 그 환경이 사라졌을 때,
뇌는 한동안
그 빈자리를
없는 것처럼 처리하지 못합니다.
이 소단원의 끝에서
이 문장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리움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관계가 깊었다는 흔적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뇌는 이렇게 오래 붙들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아직 떠난 이를 붙잡으려는 감정이 아니라,
떠난 세계에 맞춰
뇌가 방향을 다시 잡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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