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란~ 따란~ 따라 안~~~ 브레발 첼로 소나타 C단조 1악장. C코드-G코드-C코드 이 첫 두 마디를 열 번 넘게 긋고 있다.
여기는 문화센터 첼로 레슨실. 코로나, 임신, 출산, 육아로 그만두었던 첼로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다시 첼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것 투성이다. 첫 번째는 두 바닥(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곡을 3달째 하고 있다는 거고, 더 놀라운 건 그렇게나 했는데 외우질 못했다는 거다. 한 번은 외워서 연주해 봐야지 하고 악보를 안 보고 연주해 봤는데, 몇십 마디를 건너뛴 채 연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 노래방 간주 점프도 아니고.
오디션에 나갈 거도 아니고, 콩쿠르에 나갈 건 더더욱 아니고, 왜 이 곡을 왜 난 3달째 파고 있는 것인가?! 하면 할수록 의문이었다. ‘거, 적당히 좀 하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천사 같은 선생님 입에서 ‘잘했으면 넘어갔겠죠.’라는 말이 행여 나올까 봐 입을 꾹 닫고 다시 또 활을 그었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노라면 현실의 힘듦, 우울한 감정 따위를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악기를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음악과 나, 이 둘 뿐이었다(눈알 굴리며 악보 보고, 왼손으로는 손가락 번호 생각하며 지판 짚고, 오른손으로는 활 위치, 누르는 세기 고려하며 활 긋느라 바쁘다는 얘기다. 우울함 따위가 파고들 틈 없이 정신없다는 얘기다).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되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지금 연주하고 있는 마디와 앞에 나올 2~3마디. 똥망 해버린 첫 두 마디를 계속 생각한다거나(아~ 아직도 생각나;;;) 끝나기 몇 마디 전에 나올 셋잇단음표 대잔치(손가락이 트위스트를 춰야 하는 구간이다. 그것도 아주 맹렬하게)를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연주를 망쳐버리기 일쑤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앞으로 나올 거는 그때 집중해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미래의 내가 어떻게 잘 해결하겠지. 그렇게 믿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그냥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난 언제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