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댄서 안 하면 세일러문이다
형준은 간절했다. 규만은 거의 애원 중이었다.
그 앞엔 떡볶이, 튀김, 순대가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간장은 찍지도 않고 튀김을 집어 먹던 대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춤을 추라고?”
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모았다.
“진짜 한 번만... 정연이 장기자랑 백댄서. 제발.”
떡볶이 국물은 붉게 졸아들고 있었고, 친구들의 표정도 점점 풀어지고 있었다.
결국 간식과 형준의 간절함에 감동(?)한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백댄서 군단이 결성됐다.
다음날 아침, 교실은 평소보다 왁자지껄했다.
형준, 규만, 대용을 포함한 친구 아홉 명은 당당히 성곤에게 외쳤다.
“정연이 무대에 백댄서 추가요!”
성곤은 눈이 동그래졌고, 그 소리를 들은 정연은 급식 우유를 들고 지나가다 멈춰 섰다.
“… 야! 누구 맘대로 백댄서야?!”
형준은 준비해 온 제티를 정연에게 내밀었다.
“우리 이상한 짓 안 해. 진짜. 만약 망치면… 규만이랑 세일러문 분장하고 교실 앞에서 춤출게. 됐지?”
정연은 당황한 얼굴로 제티를 바라봤다. 형준은 덧붙였다.
“백댄서 있어야 무대가 사는 거 알잖아. 뮤직플러스 보면 다 그래.”
잠시 망설이던 정연은 말없이 제티를 받아 들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태연이 손을 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정연아! 우리 핑클 무대에도 백댄서 넣자~ 형준아, 너희 그 무대도 도와줘야 돼!”
민지도 한마디 얹었다.
“맞아. 핑클 무대도 백댄서 꼭 필요하거든? 그거 아니면 세일러문 해야지 뭐~”
정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대신 두 무대 다 해.”
형준과 규만은 동시에 멈췄다.
“두… 개요…?”
규만이 작게 중얼였고, 형준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 그래도 세일러문보단 낫지…”
그날 오후.
두 사람은 또다시 떡볶이집에 앉아 있었다.
대용은 해맑게 웃으며 튀김을 접시에 올렸다.
“이번엔 핑클이냐?”
형준은 웃지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두 개… 백댄서 두 번… 간식 두 배…”
규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지금 뭐 하는 거냐…”
형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중얼였다.
“초딩 인생…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