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댄서가 되기로 한 이유
형준과 규만은 진심이었다.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에 팔이 먼저 움직였고, 박자가 바뀌면 발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심지어 눈을 감은 채로도 동선이 어긋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깨 각도 15도 내려! 팔은 뻗는 게 아니라 찌르는 거야!!”
형준의 외침에 규만은 잽싸게 팔을 뻗었다.
둘은 마치 프로 아이돌처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공연 하루 전.
드디어 무대 의상을 맞추는 날.
형준, 규만, 대용, 그리고 백댄서 팀 전원이 지하상가로 향했다.
길고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도착한 옷가게엔 반짝이는 옷들과 진열된 벨트, 리본, 스팽글 장식들이 가득했다.
“핑클은 전원 하얀색이 기본이래.”
태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보아는 블랙 앤 화이트. 검정 의상에 하얀 벨트로 통일이야.”
민지는 전문 스타일리스트처럼 단호했다.
옷을 고르는 내내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가게를 가득 채웠고, 결국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
민지는 규만과 나란히 걷다가 슬쩍 물었다.
“규만아, 너 요즘 게임 좀 줄은 거 같더라?”
“… 공연 준비 때문에. 강제로.”
민지는 피식 웃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근데 이런 거 같이 하니까 좋지 않아? 게임만 하지 말고 친구들이랑 이런 것도 해봐. 재밌잖아.”
규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게 중얼였다.
“근데 세일러문은… 진짜 너무했잖아…”
민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잘 어울릴 거 같았는데? 제법 귀여웠을 듯?”
“아악! 아니거든!! 완전 소름 끼쳐!! 절대 안 돼!!”
규만은 온몸을 떨었고, 민지는 웃느라 잠시 멈춰 서기까지 했다.
그 시각, 다른 골목. 형준과 정연도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근데 있잖아.”
정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보아 안 했으면 어쩔 생각이었어?”
형준은 생각도 안 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그럼 그냥… 다른 가수 노래라도 했겠지. 뭐든 간에 어떻게든 했을걸?”
정연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왜 하필 백댄서였는데?”
형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정신이 너무 없었어. 그냥 하나만 생각났어. 세일러문만은… 피하자.”
정연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 그건 인정.”
무대를 준비하는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드디어 진짜 장기자랑의 무대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