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진실은 표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복도 가운데엔 웅성거리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커다란 칠판에 인기투표 결과가 손글씨로 정리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세 개의 커다란 곰인형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인성초 1학년 여자 인기투표 결과를 발표합니다!"
우덕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공동 1등! 김민지, 김지수, 유정연!"
환호성이 터졌고, 형준과 규만, 대용은 곰인형을 한 명씩 안고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형준은 정연에게 곰인형을 건네며 웃었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을 여친으로 뒀네… 곰 대신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정연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응, 나 말고 이 곰인형 안아. 얼마든지."
형준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싫은데?"
그리고는 정연을 번쩍 안아버렸다.
"안. 형. 준!"
등짝 스매시가 날아들었고, 아이들은 와하하 웃으며 복도를 진동시켰다.
잠시 뒤 우덕이 덧붙였다.
"그리고 아쉽게 2등! 김태연, 강예린!"
이번엔 웅성거림이 섞인 놀라움이 퍼졌다.
예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을 열었다.
"나래랑 수빈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해서… 학교 떠날까 진짜 고민했어… 근데… 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예린은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정말 고마워. 난… 우정카드 때문에 무조건 꼴찌일 줄 알았어…"
아이들은 조용히 그녀를 둘러싸며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전날 있었던 우정카드 사건은, 이제 1학년 전체에 다 퍼져 있었다.
그 시각, 교무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빈과 나래는 어머니를 모시고 교무실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들…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시죠. 첨엔 이 아이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글씨체가… 너무 똑같아요."
교무실에 침묵이 흘렀고, 수빈의 엄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이를 더 잘 지켜보겠습니다…"
나래의 어머니도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 마침 인기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린이 2등이면 인정이지."
"나래랑 수빈은 질투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정연이랑 민지는 못 건드리니까, 예린이한테 뭐라 한 거잖아!"
"화장실에선 둘이서 때리려고도 했다잖아! 정연이랑 민지가 도와줘서 못 때린 거고!"
수빈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우리가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나래도 뒤이어 소리쳤다.
"뭔가 잘못됐어! 우리 그런 카드 안 썼다고!!"
하지만 그 순간, 돌아보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조용히, 차가운 눈빛만을 남긴 채 교실로 돌아갔다.
진실이 담긴 편지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덕군 컴퍼니의 다음 수는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