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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불러온 새로운 혁명 ― 인류 산업혁명 서사 속에

2부 인공지능과 산업구조의 변화 - 4장 AI가 산업에 끼친 영향

by 신피질

AI가 불러온 새로운 혁명 ― 인류 산업혁명 서사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늘 노동과 에너지, 그리고 지식의 확장의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인간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유일한 도구였다. 그러나 곧 인간은 자신보다 강한 소와 말을 길들였다.

약 6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가축화된 말은 농사를 돕고, 더 먼 곳으로 이동하게 하며, 교역과 전쟁의 판도를 바꾸었다.


인간은 더 이상 자기 몸만으로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이 힘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류는 자연의 힘을 기계 안에 가두는 방법을 찾아냈다.


1차 혁명 ― 증기와 철길이 연 세상의 길


18세기 영국,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1769년)하면서 산업혁명의 불길이 일어났다.

‘스피닝 제니(1764)’ 같은 방적기는 손으로 실을 뽑던 세상을 뒤흔들었다. 증기의 힘으로 돌아가는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새로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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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닝 제니 방적기 )


곧 증기기관은 철도와 증기선을 달리게 했다.

1830년 개통된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여객철도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산업을 가속했다. 이제 사람과 물자는 전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증기와 철도는 곧 세계무역과 제국주의의 동력이 되었고, 공장은 자본과 노동이 몰려드는 새로운 성지가 되었다.



2차 혁명 ― 전기와 석유, 그리고 자본의 왕국

19세기 중엽, 펜실베이니아 티투스빌에서 드레이크가 최초의 석유 시추(1859)에 성공하자 세상은 또 한 번 바뀌었다.

곧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1870)이 석유 산업을 장악하며, “석유 왕국”이라는 새로운 자본의 질서를 만들었다.

룩펠러.png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은 밤을 낮처럼 밝혔다.

뉴욕 맨해튼의 펄 스트리트 발전소(1882)는 전기를 도시 전체에 공급하며 문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전기의 보급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대량생산 체계도시 문명을 가능하게 한 촉매였다.


20세기 들어 인류는 원자력까지 손에 넣었다.

1942년, 시카고에서 최초의 원자로 ‘시카고 파일-1’이 가동되며, 인류는 자연의 가장 깊은 힘까지 과학으로 끌어냈다.


3차 혁명 ― 디지털과 지식의 폭발


20세기 후반, 새로운 혁명의 무대는 전기에서 디지털로 옮겨갔다.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ENIAC은 진공관 1만 8000개를 장착한 거대한 계산기였다.

연산 능력은 당시로선 상상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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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IAC 컴퓨터 )


이어 1971년, 인텔이 내놓은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작은 칩 안에 계산 능력을 담으며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내가 대학 1학년때인 1981년에도 이런 흐름은 우리 곁에 있었다.

대학 본부에는 거대한 중앙 컴퓨터실이 있었고, 학생들은 천공 카드(펀치 카드)에 프로그램을 뚫어 제출했다. 다음 날 결과가 프린트되어 나왔는데, 그 기다림조차 경이로웠다.

오늘날 손바닥 위 스마트폰에서 AI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컴퓨터실은 마치 원시 시대처럼 느껴진다.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세상은 연결되었다.

이메일, 월드와이드웹, 검색엔진이 등장했고, 실리콘밸리의 작은 차고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 이 이름들은 곧 3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이자 지식 공유의 상징이 되었다.



4차 혁명 ― 연결과 학습, 인공지능


21세기에 들어선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속에 살고 있다.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고, 방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흐른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판단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png

( 4차 산업 혁명 )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와 AI 기업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GPU가 데이터센터의 두뇌가 되어 전 세계 AI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한다.

한국의 조선업 역시 LNG 운반선에 AI를 활용해 항로를 최적화하고, 안전을 관리한다.


1994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로 전배 되었을 때, 화성 팹 라인에는

수많은 여사원 오퍼레이터들이 방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웨이퍼를 옮기고 장비를 조작하며 생산을 이끌었다.


2010년, LCD 사업부 임원으로 천안 라인을 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오퍼레이터 직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설비는 점점 자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평택 최신 반도체 팹을 방문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클린룸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웨이퍼는 천장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무인 이송 로봇이 옮기고 있었고, 사람은 제어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설비와 데이터를 관리했다.


평택 팹라인.png


나는 그곳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추상적 구호가 아님을 똑똑히 보았다.

사람의 노동이 기계로, 기계의 자동화가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현장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인류사 속 AI의 자리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 인류는 상상의 힘으로 협력하며 문명을 확장해 왔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강조했듯, 환경과 도구는 인류 역사의 갈림길을 만들어왔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돌연히 떨어진 기술이 아니라, 노동의 대체 → 에너지의 총동원 → 지식의 폭발 → 자율적 학습이라는 역사적 연속선 위에 있

다.


이제 인류는 처음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계와 나누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의미이며,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문명의 출발점이다.


과연 우리는 기계와 함께 사고하는 시대에,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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