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AI와 산업구조 변화 4장 AI가 산업에 끼친 영향
4차 산업혁명에서 DX, 그리고 AI라는 이름의 혁명
1. 4차 산업혁명, 거대한 구호의 시작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던진 단어, 4차 산업혁명.
증기기관의 1차, 전기의 2차, 컴퓨터와 인터넷의 3차를 넘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과 자율주행, 바이오가 얽히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였다.
전 세계 정부는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내세웠고, 한국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었다. 언론은 이 단어를 매일같이 사용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추상적이었다. 정확히 무엇이 바뀌는가라는 물음이 남았다.
2. DX, 혁명을 생활 속으로 끌어내리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이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였다.
추상적이던 혁명을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구체적 변화로 바꿔낸 것이다.
• 은행 창구 대신 카카오뱅크와 토스 앱에서 24시간 송금과 대출
• 병원 대기 대신 원격진료와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관리
• 장보기 대신 쿠팡 로켓프레시가 새벽 현관 앞 배송
• 길거리 택시 대신 카카오 T 앱 호출과 자동 결제
• 미국의 아마존 Go에서는 계산대 없이 물건만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
• 공장에서는 스마트 팩토리가 센서와 AI로 불량을 미리 예측
사람들은 이것을 DX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편리하다, 빠르다, 내게 맞는다고 느낄 뿐이었다. DX는 혁명의 포스터가 아니라, 생활 속 침투자였다.
3. DX의 한계, 그리고 AI의 폭발
그러나 DX는 결국 기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굴리는 과정이었다. CPU처럼 순차적 계산의 세계에서, 기존의 업무와 산업을 1에서 10으로 개선하는 진화였다.
하지만 AI는 달랐다.
GPU 기반의 병렬 연산, 딥러닝의 자기 학습 능력은 DX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DX가 자동화와 데이터 활용이었다면, AI는 학습하고, 추론하며, 창조하는 지능이었다.
DX가 1에서 10으로의 진화였다면, AI는 1에서 100, 아니 1000으로의 도약이었다.
4. AI, 혁명의 새로운 이름
2022년 말 ChatGPT의 등장은 판을 바꿨다.
이제 AI는 단순히 혁명의 일부 기술이 아니라, 혁명 그 자체가 되었다.
• 금융은 모바일 뱅킹을 넘어, AI가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 의료는 웨어러블 데이터 수집에서, AI가 MRI와 CT를 판독하며 의사보다 빠른 진단 보조를 한다
• 유통은 단순 배송 최적화에서, AI가 물류 전체를 설계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한다
• 제조는 불량 예측을 넘어, 공장 전체를 스스로 최적화하며 전략까지 수립한다
• 자동차는 단순 커넥티드카에서, 테슬라처럼 스스로 주행하고 무선 업데이트로 진화한다
5. 정부와 기업이 선택한 전략, AI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AI를 국가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 2026년 정부 예산에서 AI 연구개발 예산 19.3% 증액, 총 1조 원 이상 투입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AI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1조 4천억 원 투자 계획
• 서울시는 AI 행정 플랫폼을 구축해, 민원과 복지 행정의 70%를 AI로 자동화 목표
(미국)
• 2025년 백악관, AI Action Plan 발표
• 90개 정책 과제를 순차 실행
• 초거대 AI 인프라에 300억 달러 투자
• 연방 AI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영국)
• 런던 테크 위크(2025)에서 총리 발표
• 10억 파운드 규모 AI 슈퍼컴퓨터 인프라 투자
• 750만 명 국민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실시
• AI 스타트업 세금 감면과 직접 투자 확대
(EU)
• 2024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법제 AI Act 시행
• 금지 AI(사회적 점수제, 생체감정인식 등) 전면 금지
• 고위험 AI(금융, 의료, 교통 등) 의무 인증제
• EU AI 오피스 신설, 규제와 감독 전담
(기업들)
• 삼성전자: 2030년까지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에 109조 원 투자
• 현대차: 2030년까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에 12조 원 투자
• 엔비디아: 매출의 절반 이상이 AI GPU, DGX 슈퍼컴퓨터를 매 분기 발표
• 아마존: AWS에 생성형 AI 서비스 Bedrock AI 탑재
• 테슬라: 자체 AI 칩 Dojo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 자율주행 학습 가속
4차 산업혁명은 시대를 흔든 거대한 구호였다.
DX는 그 구호를 일상에서 실감하게 만든 실행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AI가 모든 담론을 집약하며 혁명 자체가 되었다.
DX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AI는 지식, 산업, 사회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은 AI에 국가 예산과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사회는 AI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이제는 AI와 함께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