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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AI 적용 사례

2부 인공지능과 산업구조의 변화 5장 산업별 적용 사례

by 신피질

인공지능과 제조업: 불량을 줄이고, 시간을 앞당기다


제조업은 언제나 효율과 품질의 싸움이었다. 20세기에는 자동화와 로봇이, 21세기 초에는 디지털화와 스마트팩토리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AI가 제조업의 마지막 퍼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AI가 “일자리를 줄일 뿐, 실제 수익을 내는가?”라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현장의 성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불량률, 가동률, 생산성, 안전 — 제조업의 기본 핵심지표들이 AI 덕분에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의 다섯 가지 혁신


1. 불량을 줄이는 눈 – 포드 사례


전기차 배터리 팩은 작은 흠집이나 누설 하나가 곧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포드는 2024년부터 AI 카메라 시스템(MAIVS, AiTriz)을 공장에 도입해 배터리 누설과 같은 미세 결함을 잡아냈다.


이 덕분에 수만 건의 잠재적 문제를 출하 전에 제거했고, 실제로 69만 대 이상의 차량 리콜에 약 5억 7천만 달러가 들어갔던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AI는 단순히 ‘빠른 눈’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망이 된 것이다.



2. 멈추지 않는 설비 – GM 사례


공장에서 설비가 멈추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GM은 2025년을 전후해 AI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을 본격 도입했다. 장비의 센서 데이터를 AI가 읽어 고장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그 결과, GM은 불시 다운타임을 15% 줄이고 연간 약 2천만 달러를 절감했으며, 자재 낭비도 30%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마치 숙련된 엔지니어가 기계 옆을 늘 지키고 있는 듯한 효과다.


3. 수율과 시간,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마이크론 사례


반도체 산업에서 수율출시 속도는 생존을 좌우한다. 마이크론은 2023~2024년 동안 AI를 본격 도입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생산성을 10% 개선했다.


또한 수율 성숙까지 걸리는 시간을 25% 단축, 품질 불량 이벤트를 35%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이 모든 것이 곧 연간 수백만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AI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이라는 가장 귀한 자원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4. 사람을 돕는 두 번째 뇌


공장의 작업자는 수많은 매뉴얼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긴급 상황에서는 방대한 문서 속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 GM은 생성형 AI 도우미를 현장에 배치해, 작업자가 “이 기계가 갑자기 멈췄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라고 묻기만 하면 즉시 해법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록히드 마틴은 AR 작업지시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해 작업자의 훈련과 실습을 돕고 있다. AI는 숙련자 부족을 채워주는 두 번째 뇌다.


5. 가상에서 미리 돌려보는 공장


도요타는 북미 공장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실제 라인을 세우기 전 가상공간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를 돌려보았다. 최적 조건을 찾아낸 뒤 라인을 구축하니 투자 리스크가 줄고 구축 속도도 빨라졌다.


미국 NIST는 로봇과 센서를 결합한 워크셀을 공개해 새로운 공정과 AI 알고리즘을 시험할 수 있게 했다. 말하자면 AI 실험실이 현실의 공장과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다.




미래 시나리오: 자동차 공장의 하루


아침 – 신입 작업자의 첫날

22살 신입이 첫 출근을 한다. 과거라면 몇 달 동안 배워야 했던 장비 매뉴얼과 안전 규정을 그는 손목의 AI 코파일럿으로부터 즉시 배운다. “이 볼트를 얼마나 조여야 하죠?”라는 질문에 AI가 영상과 수치로 바로 답해준다.


오후 – 라인의 위기와 대응

차체를 올리는 로봇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AI는 센서 로그를 읽고 “36시간 이내 고장 확률 92%”라고 경고한다. 자동으로 예비 부품이 발주되고, 라인은 멈추지 않는다.


저녁 – 공장장과의 대화


공장장이 AI에게 묻는다. “오늘 불량률은 어땠지?”

AI는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5초 만에 정리해 대답한다. “0.7%, 어제보다 0.3% 낮습니다. 라인 2의 용접 온도 최적화 덕분입니다.” 과거라면 품질팀이 일주일 걸려야 했던 분석이 대화 한 번으로 해결된다.


밤 – 글로벌 연결

AI는 오늘 데이터를 다른 국가의 공장과 비교해 보고한다. “멕시코 공장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일까지 보정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 한 공장의 개선이 곧 글로벌로 확산된다.


이는 단순히 효율 개선이 아니라 산업 운영 체계 자체가 바뀌는 순간이다.



AI는 아직 모든 공장의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그러나 제조업의 핵심 과제 — 불량·정지·수율·작업 효율 — 이 네 가지 영역에서는 이미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AI는 현장의 즉각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파운데이션 AI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 방식을 재편하면서 산업 운영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는 보이지 않는 손실을 줄이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벌어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아갈 것이다. 제조업은 이제, AI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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