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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금융과 보험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2부 인공지능과 산업구조의 변화 5장 산업별 적용 사례

by 신피질

아직 우리는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두꺼운 서류를 내고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금융과 보험의 일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나만의 금융 비서로


예전의 은행 상담은 늘 비슷했다. 예·적금 금리를 물어보거나, 대출 상담을 받고 싶으면 창구 직원 앞에서 긴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엔 은행 앱 안에서 AI 상담원이 먼저 말을 건넨다.


“최근 해외 결제 내역이 늘었네요. 환율 우대 카드로 전환하면 수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AI는 소비 패턴을 읽고 적절한 제안을 던진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금융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이제는 은행원이 아니어도 맞춤형 금융 비서가 생긴 셈이다. 단순히 정보를 안내하는 챗봇이 아니라, 나의 금융 습관을 학습해 최적의 선택을 추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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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진화: 상담원에서 컨설턴트로


콜센터는 AI의 영향을 가장 빨리 받은 영역 중 하나다.

과거에는 자동응답 시스템(IVR)이나 제한된 챗봇이 간단한 문의만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 접수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하면, AI 상담원이 음성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차근차근 물어본다.


고객이 보내준 사진을 실시간으로 판독해 차량 손상 정도를 추정하고, 수리비 예상 금액까지 안내한다. 필요하다면 렌터카 예약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사람 상담원은 복잡한 분쟁 조정이나 민감한 감정 대응에 집중한다. 단순 반복 상담은 AI가 맡고, 사람은 신뢰와 공감이 필요한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상담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 리포트와 애널리스트의 변화


투자은행의 리서치 부서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UBS는 ‘AI 아바타 애널리스트’를 도입해 영상 보고서를 자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과거에는 애널리스트들이 일일이 작성하던 간단한 요약이나 시황 브리핑이 이제는 AI가 대신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인간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도화된다는 것이다. AI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본 리포트를 작성해 주니, 애널리스트는 그 위에서 전략적 해석과 창의적 시각을 덧붙인다. 단순 반복 작업이 줄고, 사람은 더 본질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



보험업의 극적인 혁신


보험 산업은 AI 덕분에 고객 경험이 가장 극적으로 바뀐 분야다. 중국의 평안보험(Ping An)은 병원 엑스레이를 AI가 판독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며칠씩 걸리던 절차가 반나절 안에 끝난다.


미국의 레모네이드(Lemonade)는 더 과감하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사고 사진을 찍어 올리면, AI가 손해를 판정하고 몇 초 만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 회사는 전통 보험사와 달리 직원 수가 훨씬 적지만, 고객 만족도는 오히려 높다.



한국에서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대형 보험사들은 AI로 병원 진단서와 영수증을 판독해 보험금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고객은 앱에서 서류 사진만 올리면 되고, 며칠씩 걸리던 심사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맞춤형 금융과 보험의 시대


AI는 단순히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보험료, 서로 다른 금융상품을 갖게 될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건강 데이터, 자동차 블랙박스와 주행 습관, 소비 기록까지 분석해 개인별 조건을 제시한다. 건강 관리를 잘하면 보험료가 줄고, 안전 운전 습관이 있으면 자동차 보험료가 내려간다. 반대로 위험이 큰 행동을 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은행 역시 비슷하다. 누군가에겐 여행 경비를 절약하는 금융상품을, 또 다른 사람에겐 은퇴 준비를 위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할 것이다. 대중에게 똑같은 상품을 파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고용의 재편


이 변화는 금융과 보험업의 고용 구조도 흔들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 단순 서류 심사원, 은행 창구 직원 같은 직무는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대신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 윤리 관리자, 사이버보안 전문가 같은 새로운 역할이 늘어난다.



사람은 점점 더 신뢰와 공감, 그리고 전략적 판단을 담당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계가 반복적인 계산을 맡을수록, 인간은 관계와 신뢰를 설계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가까운 미래의 시나리오


앞으로 5~10년 안에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일상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은행 앱을 켜면 AI 상담원이 나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고, “이번 달은 지출이 조금 많으셨네요. 다음 달엔 절약 플랜을 적용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보험 앱은 내 운동량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이번 달은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다음 달 보험료는 할인됩니다”라는 알림을 보낸다.


해외 송금은 몇 분 만에 끝나고, 수수료는 몇백 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보험금 청구는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과거에 은행은 돈을 보관하는 곳이었고, 보험은 사고 뒤 보상하는 장치였지만, 이제는 내 삶을 설계하고 지켜주는 동반자로 변하고 있다.



결론: 기계는 계산하고, 사람은 신뢰를 만든다


AI는 금융과 보험을 단순히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바꾸고 있다. 은행은 데이터 기반의 개인 비서가 되고, 보험은 위험을 예측하는 생활 코치가 되어간다.


미래의 금융과 보험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된다. 기계는 계산을 맡고, 사람은 신뢰를 만든다. 그것이 AI 시대 금융과 보험의 새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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