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취재] 감시vs신뢰, 당신의 리더는 어디쯤에

불신에서 시작된 마이크로 매니징

by 윤숲








"결과만 잘 나오면 과정에는 큰 신경 안 써요. 나는 그 직원이 빈둥대는 것 같아도 다 알아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항상 집중해서 일할 수는 없으니까."



첫 대면에서 대표님이 했던 말 중 하나다.

처음엔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의아했지만, 나는 그 말을 곧 이렇게 받아들였다.


'결과물이 좋다면 나는 그 중간과정에 개입하기보다는 직원의 자율성은 존중한다.'


과거, 나는 쓸데없는 감시들로 온갖 스트레스와 업무 비효율성을 경험했던 터였다.

그러니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가 반가울 수밖에.



입사 후 하루 만의 일이었다.

한참 집중하며 업무를 하던 중, 불쑥 뒤에서 누군가 내 모니터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등줄기부터 소름이 바짝 끼쳐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잘 되어가고 있어요?"

그 주인공은 대표님이었다.

나는 다급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입사 초반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기에 차분히 어떻게 지시받은 내용이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드렸다.

그러나 대표님이 내 자리에서 떠나고 나서도 그 놀람과 당혹감은 지울 수 없었다.


'뭐,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나? 그런데 좀 불편하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지만,

대표님은 사무실에 앉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똑같은 방식으로 업무 진행도를 확인하셨다.

그렇게 2주가 흘렀을 때쯤, 나는 대표님이 그의 말처럼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타입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업무체크는 평균 하루 1-2회 반복되었고,

그 과정 중 모두가 앉은 사무실에서 일부 직원이 무시와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그 상황들을 보면서 전에 근무했던 한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님이 떠올랐다.


처음엔 중간관리자 한 명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이미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그는 각 직원의 업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본인의 업무까지 밀려가면서 대표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무의미한 보고체계는 점점 늘어만 갔다.

목적을 잃은 보고는 통제의 수단일 뿐이었고,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리더는 우리를 믿지 못하고, 감시를 해서라도 급여를 주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걸.


왜 하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가 살펴보면,

그 둘의 공통점이 명확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이 급한 리더는 결정이 빠르고 추진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본인이 지시한 결과물을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하루가 멀다 하고 조바심을 낸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열과 성을 다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러나 감시와 질책이 그에 대한 해답일지, 아니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오류일지는 의문이다.

내가 겪은 바로, 리더의 조급함과 의심은 직원에게 감시당한다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일해야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것은 업무의 비효율로 이어지는 동시에, 그를 향한 존경심과 신뢰를 갉아먹는 지름길이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대표님의 면박에 주눅이 든 직원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대표님에 대한 나의 기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진정한 리더란 뭘까?

나는 도대체 어떤 것을 기대했고, 내가 존경하며 따를 수 있는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그릇이 큰 사람을 존경한다.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은 직원들을 담고서 자신이 가는 방향을 향해 함께 달린다.

안에 담긴 제각각의 사람이 자신의 방향으로 마음껏 내달리더라도 그들을 품을 공간이 충분하다.

그러한 리더는 그들의 에너지를 곧 목표를 향한 동력으로 사용한다.


반면 그릇이 작다면 그들을 담지 못하고 밖에 둘 수밖에 없고,

그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이리저리 쫓게 된다.

그러면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정작 가야 할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풀에 지칠 것이다.


그날 퇴근길, 내뱉은 나의 한숨과 함께 검은 밤하늘로 흩어지는 하얀 입김을 바라보면서

나의 리더는 나를 품을만한 그릇을 지녔기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욕심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존경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감시당한다 vs 나는 신뢰받는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받은 신뢰에 대한 기대에 응하고 싶은 것, 보답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오늘의 취재는 여기까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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