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병 교대식을 뒤로하고, 나는 또 다른 '영국의 역사'를 마주하기 위해 영국 박물관으로 향했다.
영국박물관 앞에 서자, 거대한 그리스 신전 같은 입구가 나를 압도했다. 높은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대영제국의 유산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이곳에는 인류 문명의 보물이 가득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은 대영제국이 전 세계에서 가져온 흔적들이 쌓여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그레이트 코트(Great Court)의 유리 천장이 펼쳐졌다. 자연광이 하얀 대리석 벽을 부드럽게 감싸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보유한 이 공간을 천천히 걸어갔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보였다. 그 중심에는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이 있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유물.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경이로운 마음으로 그 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이것이 왜 런던에 있어야 할까?"
이집트가 아닌, 영국에서 보관되고 있는 이 돌.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며 감탄하는 수많은 여행자들. 과거, 영국이 이 돌을 가져온 것은 정복과 식민지 지배의 결과였다. 그것은 단순한 유물의 이동이 아니라, 힘이 역사 위에 새겨 놓은 흔적이었다.
나는 다음으로 엘긴 마블이 전시된 방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온 대리석 조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엄한 조각상들.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조각들. 하지만 이 유물들은 본래 그리스 아테네에 있어야 했다.
영국의 외교관이었던 엘긴 경(Lord Elgin)이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허락을 받아 가져왔고, 그 후로 영국과 그리스 사이에서 ‘누가 이것을 가질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각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복잡했다. 박물관이 없다면, 이 작품들이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박물관이 있었기에, 본래의 자리에서 떨어져야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벽에 기대어 조용히 그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이 조각들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로제타 스톤과 엘긴 마블뿐만 아니라, 이집트 미라, 아시리아의 거대한 석상,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토속 유물, 인도의 불상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유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나는 압도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이 단순한 문화 보존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 한 편이 씁쓸해졌다.
이 박물관은 제국이 만든 공간이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의 역사를 가져왔고, 그렇게 쌓인 유물과 보물들이 지금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수많은 나라들이 유물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은 전 세계에서 방문한 여행자들로 가득 찬 채, 조용히 그 유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국 박물관을 나오며, 나는 다시금 버킹엄 궁전을 떠올렸다. 근위병들은 변함없이 궁전을 지키고 있었고, 영국의 전통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영국 박물관 안의 유물들은,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 이곳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과연 이 유물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과거의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까?
나는 런던의 거리로 걸어 나가며,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를 생각해 보았다. 역사는 그 자체로 웅장하다. 하지만 그 웅장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는 법이다. 나는 런던을 여행하며, 그 빛과 그림자 속에서 진짜 역사의 의미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