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병 교대식(Changing of the Guard)은 런던을 찾은 여행자라면 한 번쯤 경험하고 싶은 순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관광 쇼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영국 왕실의 엄숙한 의식이라는 것을 이제야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틈에서 궁전 앞을 바라보았다. 황금빛 장식이 빛나는 버킹엄 궁전의 검은 철문, 그 뒤로 우뚝 선 위엄 있는 궁전의 흰 석벽, 그리고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근위병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어깨 위에서,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모두가 곧 시작될 전통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이 행사는 나 같은 여행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곳을 지키는 그들만의 의식이라는 것을.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작은 북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붉은 제복을 갖춰 입은 근위병들이 위엄있게 등장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발걸음, 일렬로 정렬된 금빛 견장, 흔들림 없는 군인들의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인 하나의 장면 같았다. 그들이 걸을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느낌, 북소리와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마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것은 단순한 행진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통을 지키는 의식이자, 책임을 이어받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근위병들이 기존의 근위병들에게 인계를 받는 이 짧은 순간, 그들의 묵직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왕실이 존재하는 한, 이들은 변함없이 이곳을 지킬 것이다.
나는 교대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표정 하나 없이 엄숙한 자세로 서 있는 근위병들. 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단순한 의무감 이상의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니라, 이 나라의 역사를 직접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니, 이 행진이 더욱 경이롭게 다가왔다. 수백 년 전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왕궁을 지켰을 것이고, 지금도, 그 전통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구령 소리가 들리고, 새로운 근위병들이 궁전의 문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모든 의식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나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단순히 유명한 런던의 명소를 본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전통을 마주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의식이 영원히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역사의 한 조각이 살아 숨 쉬는 곳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