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밤이 찾아오면, 웨스트엔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낮 동안 클래식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던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하나 둘 켜지며 빛과 음악이 흐르는 공간으로 변한다.
나는 이번에도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웨스트엔드는 언제 와도 설레는 곳이다. 이미 두 번이나 이곳에서 뮤지컬을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앞에 서는 순간 나는 또다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이곳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런던의 밤이 마법이 되는 곳이다.
웨스트엔드에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은 맘마미아(Mamma Mia)였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아바(ABBA)의 노래들이 가득한 무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극장은 하나의 거대한 파티장으로 변했다.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그 순간, 나는 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객석에서는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이 보였고, 공연이 끝난 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뮤지컬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다음으로 본 작품은 위키드(Wicked)였다. 오즈의 마법사 속 마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이 뮤지컬은,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무대 위로 거대한 에메랄드빛 조명이 번쩍이며, 초록 피부의 엘파바가 등장하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I’m through accepting limits, ‘cause someone says they’re so.”
높이 떠오르는 엘파바, 그녀를 감싸는 푸른빛, 울려 퍼지는 강렬한 고음. 그 장면이 끝났을 때, 나는 온몸이 짜릿해졌다. 뮤지컬이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곳에서 처음 경험했다.
이번 런던에서는 라이온 킹(The Lion King)을 보기로 했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지만, 이곳, 웨스트엔드에서 경험하는 라이온 킹은 또 다를 것 같았다. 극장에 들어서자, 주변에는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이 작품이 얼마나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 줄지 기대되었다. 그리고, 오프닝이 시작되는 순간.
“Nants ingonyama bagithi baba~”
아프리카 전통 리듬이 울려 퍼지며, 거대한 기린과 사자, 얼룩말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나는 마치 한 편의 웅장한 대자연 다큐멘터리를 눈앞에서 직접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며, 무대 위에 진짜 초원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Hakuna Matata!”
어린 심바가 뛰어다니며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가사가 아니라,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법 같은 주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심바가 절벽 위에 올라 운명의 소리를 듣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올라갈 때까지, 나는 여전히 그 무대 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라이온 킹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이것은 삶과 성장, 그리고 운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웨스트엔드는 그것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해 냈다.
공연이 끝난 후, 극장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런던의 밤은 빛나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뮤지컬 포스터가 반짝이고, 공연을 마친 사람들이 여운이 가득한 얼굴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가슴이 벅차올라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웨스트엔드였지만, 이곳에서 받은 감동은 여전히 처음과 같았다.
뮤지컬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이곳에서 본 모든 작품들은, 내가 런던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었다. 이번 여행이 끝난 후에도, 나는 런던을 떠올릴 때마다 이 빛나는 순간들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다시 런던을 찾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웨스트엔드의 한 극장에 앉아, 다른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