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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다, 볼락을 잡아보자

모든 볼락류의 대장

by 팔레오

볼락을 아십니까? 남해안에서는 작은 볼락 3마리를 감성돔 한마리하고도 안 바꾼다고 할 만큼 맛이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물고기입니다. 한 때 낚시인이 뽑은 최고의 회로 돌돔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죠.


볼락이라는 이름을 쓰는 물고기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불볼락, 조피볼락, 개볼락, 황볼락 등

그중 아무 접두어도 붙지 않은 볼락이 맛에서 대장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볼락을 잡으러 나왔습니다. 볼락은 주로 방파제 내항 석축에 살고 있습니다. 낮에는 돌틈에 숨어 지내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사냥하는 야행성 패턴을 가지고 있죠.


내항 석축길이 참 깁니다. 그래도 아무도 없어 방해받지 않고 호젓하게 낚시할 수 있겠네요. 좋습니다.



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에는 미역도 자라고 있습니다.



또 해조류인 몰도 잘 자랐습니다. 군데군데 수초가 있어야 작은 고기들이 붙고, 또 이를 잡아먹는 볼락이 모이게 됩니다. 바로 이런 곳이 내항에서 볼락 일급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빨간 등대 아래 끝부분까지 왔습니다. 평평한 길이 아니어서 오는데 생각보다는 힘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볼락을 낚기 위해 맥낚시 채비를 한 민장대를 준비했습니다. 미끼로는 청갯지렁이를 준비했구요. 혹시 모를 갑오징어나 무늬오징어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에깅대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에깅대를 쓸 일이 없었네요.



찌 없이 봉돌에 바늘만 달아 던져 들었다 놓았다를 천천히 반복하면 이렇게 볼락이 달려와 물어줍니다. 이게 바로 맥낚시죠. 오직 민장대를 통해 전해지는 손 끝의 느낌으로 볼락의 입질을 파악하고, 녀석이 미끼를 물고 흔들어 댈 때 챔질 타이밍을 재는 신경전, 그것이 바로 밀당 맥낚시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볼락 루어 릴낚시가 꽤 재미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이와 같이 좁은 범위를 속전속결로 치고 빠지는 맥낚시도 그에 못지않은 재미가 있습니다.


채비가 바닥에 가라앉아 정렬이 되는 순간, 투두둑~하고 미끼를 물고 흔드는 느낌이 손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빠질 때도 종종 있지만 제대로 후킹이 되면 앙칼지게 탈탈거리는 손 맛이 재미있습니다. 이따금 씨알 좋은 녀석이 걸리면 벵에돔처럼 쿡쿡 바닥으로 처박아 묵직한 손 맛을 느끼게도 하지요.



웬일로 낮부터 입질이 계속 이어지나 방생 씨알인 15cm 미만 급이 종종 나옵니다.

"가서 형님들 좀 데려오너라!"



조피볼락(우럭)과는 친척관계지만 더 귀엽고(?) 뼈도 연하며 대체적으로 작은 것이 특징입니다. 20cm짜리가 우럭으로 치면 어린 녀석들일 테지만 볼락으로 치면 거의 다 자란 성체입니다.



손님고기로 푸르뎅뎅한 돌팍망둑이 나왔습니다. 이 녀석은 회를 뜨면 속살까지 푸른색을 띠고 있죠. 맛도 괜찮다고는 하는데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오늘의 대상 어종은 아니기에 방생!



손님 고기로 이번에는 망상어가 나왔습니다. 어류로는 드물게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죠. 생긴 것이 고급 어종인 감성돔(방언:감시)과 조금 비슷해 '서울감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낚시나 어종을 잘 모르는 서울 사람이 낚시 왔다가 감성돔으로 착각해 신나서 잡아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저도 한 때는 감성돔과 구분하기 어려웠던 생초보 시절이 떠오르네요.

감성돔인 줄 알고 엄청 좋아했는데...

망상어는 잔가시가 많고 맛도 없는 주제에, 떼로 몰려다니면서 쉴 틈 없이 미끼를 물어대 낚시를 어렵게 만듭니다. 전갱이, 복어(복섬)와 더불어 낚시인이 기피하는 개노답 삼형제 어종입니다.



못생긴(?) 망상어에 비해 볼락은 매우 준수한 외모를 지녔습니다. 주관적 의견이긴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물고기가 회 맛도 좋은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해가 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방파제 끝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래전 이 방파제에서 사고가 크게 났습니다. 밤에 차를 돌리다 내항으로 추락해 안타깝게도 3명 모두 사망했죠. 이후로 대부분의 방파제 입구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안전수칙은 피로 쓰인다는 말처럼 그런 희생이 있은 후부터는 같은 추락 사고는 없었습니다. 아마 제가 서있는 곳 부근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일 걸로 생각합니다. ㅠ


그런 장소에서 칠흑 같은 밤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혼자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입질이 마구 이어지면 그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작은 녀석들은 모두 방생하고 씨알 좋고 싱싱한 놈으로 8마리만 바다에서 건져 돌아왔습니다. 그 와중에 사진 찍는 순간 팔딱거려 얼굴을 안 보여준 녀석이 보이네요.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인가 봅니다.



손 맛을 느꼈으니 이제 입 맛을 느낄 차례입니다.


보통 볼락은 뼈째 써는 세꼬시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세꼬시를 싫어합니다.

조금 번거로워도 조물조물 살만 발라내 회를 떴습니다. 오늘도 미안하고 고맙구나 ㅠ


쫄깃쫄깃 담백한 볼락회를 초장, 간장, 생와사비, 청하 한 병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그 맛이...


캬~


이래서 술을 못 끊습니다.



<팔레오의 평가>


손맛 ★★★

입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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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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