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 루어낚시
동해안 바다낚시의 궁극적인 대상어가 감성돔이라는데 이견을 달 낚시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낚시인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어종이 바로 감성돔이죠. 회맛도 동해안 어종 중 최고에다 외모도 출중하고, 무엇보다 강력한 파이팅이 넘치니 누구나 좋아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감성돔을 낚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감성돔의 습성을 알아야 하고, 포인트를 알아야 하고, 조류를 읽어야 하고, 물 때를 알아야 하고, 밑밥 뿌리는 방법을 익혀야 하고, 원줄 관리법을 알아야 하고, 뒷줄 견제를 할 줄 알아야 하는 등 단 한 번의 입질을 받아내기 위해서 들이는 스킬과 노력, 기다림이 장난이 아니죠.
꽤 오랫동안 동해안 감성돔 낚시는 반유동 찌낚시가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몇몇 프런티어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루어 낚시로도 낚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덕분에 초보자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대물 감성돔을 그나마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위와 같은 농어전용 루어인 플로팅 타입의 미노우로 감성돔을 낚을 수 있습니다. 플로팅 타입 미노우는 물에 뜹니다. 그러나 릴을 감으면 물속으로 슬슬 들어가죠. 이를 잘 컨트롤하면 표층과 중층 수심대의 물고기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찌낚싯대는 보통 2호 나일론 원줄(0.235mm)에 1.5호 카본 목줄(0.205mm)을 연결해 씁니다. 큰 물고기를 잡아내는데 생각보다는 아주 가느다란 줄을 쓰는 셈이죠. 이는 5.3m짜리 긴 낚싯대가 탄성으로 충격을 흡수해 주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러나 루어대는 보통 2m 남짓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느다란 줄을 썼다가 순간적으로 물고기가 차고 나가면 그 힘을 감당 못해 줄이 터집니다. 따라서 루어대에는 아주 질긴 3호 이상 합사줄에 4호 이상 카본 목줄을 씁니다.
온갖 장비와 물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 하는 찌낚시와 달리 루어낚시는 루어대와 미노우만 있으면 됩니다. 아주 단출하죠. 큰 장점입니다.
감성돔을 낚기 위해서는 파도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는 때가 더 좋습니다. 파도와 물때가 중요하지만, 해가 뜰 때와 해질 무렵에는 물때에 상관없이 한낮보다는 조과가 좋은 편입니다.
이른 아침, 파도에 맞서 여밭 사이사이를 공략합니다.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 낚시가 불가능한 수준의 파도지만 감성돔 루어를 하기엔 그래도 해볼 만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도가 몰아치고 그다음 파도가 오기 전에 미노우를 던져서 살살 끌어오는 거죠.
그러다 감성돔이 미노우를 물면 후두둑~하며 줄이 팽팽해지고 엄청난 힘으로 낚싯대를 당겨댑니다. 줄이 튼튼하니 끊어질 염려는 없지만, 제 때 제압하지 못하면 바위에 쓸려 줄이 터질 수 있습니다.
무사히 랜딩에 성공했습니다. 감성돔은 보통 바닥층에서만 노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찌낚시를 할 때 주로 바닥층을 공략하죠. 하지만 얕은 수심대에서 루어낚시를 해보면 이처럼 표층 부근에서 움직이는 미노우를 물고 나옵니다.
밑걸림이 없는 곳에서는 바닥에 가라앉는 타이라바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감성돔 대신 타이라바를 물고 나온 손님 고기입니다. 4짜 쥐노래미네요. 쥐노래미도 회맛이 일품인 고급어종입니다.
그리고 손님고기라고 하기엔 감성돔보다 더 자주 잡히는 농어가 있습니다. 농어 역시 회맛으로 유명하죠. 게다가 감성돔 뺨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어는 바늘에 걸리면 이를 털어내려고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수중여에 처박기도 하고, 몸을 틀어 온갖 난리를 쳐댑니다. 그래서 종종 바늘이 빠져버리기도 하죠.
농어의 회맛이 얼마나 좋으냐면,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낚시인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묻는다고 하죠.
"내 듣자 하니 여름 농어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먹어보았느냐? 맛이 어떠하더냐?"
"못 먹어보았습니다."
"예끼 이놈, 이거 낚시꾼 아니다. 지옥으로 보내라.~"
저는 지옥에 갈 일은 없겠네요.
농어는 야행성이라 밤에 낚시가 더 잘 됩니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대물들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안전에 좀 더 유의해야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감성돔이니 감성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미노우를 물고 나온 4짜 감성돔입니다. 파이팅이 참 좋았는데 옆에서 영상을 찍어준 사람이 없어 아쉽네요.
45cm 감성돔입니다. 횟집에 있는 시커먼스 같은 감성돔과 달리 낚시로 막 잡아낸 감성돔은 때깔이 아주 좋습니다. 지느러미도 깨끗하죠.
크... 1cm 모자란 5짜 감성돔입니다. 남해안과 달리 동해안에서는 50cm 감성돔이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50cm 감성돔을 잡으면 낚시인들끼리 '5짜 조사'라는 칭호를 붙여줍니다. 저는 미달입니다. 순풍산부인과 그 미달이 아니구요. 5짜조사 미달~
고등어 혹은 삼치 떼를 피해 갯바위까지 피신한 멸치 떼가 간조에 물이 빠지면서 갯바위 물골에 고립되었습니다. 10cm가 넘는 대멸치들입니다. 살아있을 때 먹는 멸치회도 맛이 끝내줍니다. 살아있는 멸치는 그 어떤 횟집에도 없습니다. 금방 죽어버리거든요.
물골에 모셔둔 감성돔과 이를 피해 거리 두기를 하는 멸치 떼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참 보기 드문 광경이네요. 영상에서와 같이 매우 특이하게도 감성돔은 매우 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후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 어떤 과학 유튜버가 물고기는 절대 후진을 못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 '그건 아닌데'라고 댓글을 달려다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감성돔 회를 뜨기가 어렵다거나 혹은 귀찮으면 횟집에 가서 대게나 다른 것을 주문하면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떠달라고 하면 대부분 들어줍니다. 감성돔 회는 붉은 혈합육이 두드러진 부위가 더 맛이 있습니다. 쫄깃함과 기름진 고소함, 이 맛을 따를 고기가 동해안 낚시어종 중에는 없습니다. 조금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이 낚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에 동의합니다.
탱글탱글, 쫄깃쫄깃,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만화 파닥파닥을 보고 따라해보았는데, 먹으면서 감성돔하고 자꾸 눈이 마주치니 회가 목에 걸립니다. 다음부터 이런 건 안 하기로~
그래도 만화처럼 생선 입에 담배 안 꽂은 게 어디입니까?
"저 눈깔, 저 눈깔, 왜 천장을 바로 보지 못하고 나만 쳐다보느냐? 응?"
포스터에 통수 제대로 당했었죠. "나의 동심을 파괴했어"
회를 못 드시는 분들은 이처럼 칼집을 내 구이를 해도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저 눈, 또 마주쳐버렸네요.
아무튼 파도가 좋은 날이면 이처럼 복잡한 여밭 사이사이에 감성돔이 숨어있습니다. 장비도 많이 갖춰야 하고 배우기도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았던 끝판왕 감성돔 낚시를 간단한 루어 채비로 만날 수 있습니다.
<팔레오의 평가>
손맛 ★★★★★
입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