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기념 팝업 전시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모든 지원자분들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셨을 겁니다.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작가의 꿈'이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지원을 앞두고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려면, 제 아픈 과거 또한 함께 꺼내야 했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연재를 통해 언젠가 조금씩 녹여 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꿈이라는 주제 앞에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겠더군요. 결국 용기 내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작가님께서 제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셨습니다. 작성자만이 확인할 수 있는 출처에는 낯익은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브런치'였습니다. 순간 두 눈을 의심했고, 검색 끝에 그 분이 브런치의 핵심 관계자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됐구나!'였습니다. 일반 관계자분이 아닌 중책을 담당하고 계신 분께서, 심사 기간 도중 제 출품작에 '좋아요'라는 표현을 해주셨으니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며칠 동안 예비 당선자라도 된 듯 달콤한 꿈에 취해 있었습니다.
발표 당일, 밤늦게까지 기다렸지만 당선 알림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낸 저로서는,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좌절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순진하게도 라이킷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던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가슴에 품어둔 꿈을 써 내려가며 흘렸던 눈물이 부끄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분의 라이킷은 한 명의 독자로서 건넨 단순한 격려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였다면 되도록 심사 기간을 피해서 표현하거나, 자신의 직무를 드러내는 문장은 잠시 내려두고 응원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공신력 있는 이름과 직함을 내건 채 라이킷을 누른 행위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수상을 간절히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마치 국내 최고 미술대학 입시에서 학과장이나 심사위원이 최종 합격자 발표를 며칠 앞둔 수험생에게 "작품이 좋네요."라며 쪽지를 건네준 것과 같지 않을까요. 혹은 채용 최종 면접을 본 지원자에게 회사의 임원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면접을 잘 보셨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이 어디까지나 핵심 관계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인지하면서, 결과와는 전혀 무관할 것이라며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원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타 공모전이나 입시, 채용 절차에서 주최 측 대표자나 심사위원이 출품작과 이력서에 사전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공정성 때문입니다. 발표 전까지는 관계자들의 어떤 말 한마디조차 오해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기에, 심사 기간만큼은 침묵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감'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창작 플랫폼에서 도저히 공감하기 어려운 이번 일이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요?
유능함을 인정받아 그룹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으신 분의 의사표현을 그저 개인의 실수나 다소 의아한 처신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여 '후보작'이라는 의미로, 명단을 따로 정리하지 않고 단순히 작가들의 글 위에 흔적처럼 라이킷을 남기셨던 것이라면, 그것은 꿈을 내건 작가들에게는 자칫 희망고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운영진 분들께서 그 점을 고려하지 않으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라이킷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이미 결과가 정해진 상황에서 일종의 긍정의 신호로 작가들에게 라이킷이 전달되었고, 정작 그 이후에 일부 결과가 뒤바뀌면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그분의 행동 하나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또 좌절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 문제는 결코 저만의 예민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비슷한 감정을 느낀 작가분들이 분명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브런치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팝업 전시가 '작가의 꿈'을 주제로 진행하는 만큼, 자신의 꿈을 기꺼이 내어놓은 작가들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이번 경험을 기만이라 여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모전에 글을 낸 건 제 선택이었고, 수상은 더 진정성 있는 글을 쓰신 분들께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수상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플랫폼 관계자분들이 작가와 소통하는 방식에는 반드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격려와 심사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웃지만 또 누군가는 허탈하게 무너집니다. 꿈을 향해 간절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애매한 기대감이 아니라, 공정한 심사와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일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브런치가 더 많은 작가와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작가로서의 꿈은 아쉽게 멀어졌지만, 저 역시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을 믿으며 한 사람으로서의 꿈은 이곳에서 계속 써 내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