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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세마리 Sep 29. 2015

이제는 선이닷! 2

두사람 나이 합해서 60이 넘으면 선이라는 사실

"여보세요?!"


책을 읽고 있던 키 큰 남자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키가 184는 되어보였다. 이 남자다! 이남자가 나의 선남이구나!


일곱살 많다고 하여 속으로 엄청 나이든 비주얼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젊어보이는 얼굴에 키크고 듬직한 덩치! 기대가 없었는데 예상외의 평타(그 이상)! 느낌이 좋았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왔다고 들었는데 그의 손에 들려있던 책은 영어로된 원서였다. 지적인 냄새가 폴폴 났다.


'하이힐 신고오길 정말 잘했네'


'차라리 마음에 안들었으면 좋겠다' 언제 그런 기도를 했냐는 듯이 나는 구두들 중에 하이힐을 택한 것을 잘했다며 안도하고 있었다. 163언저리의 나의 부족함을 하이힐이 고맙게도 채워주고 있었다.


그는 근처 건물 한정식 집을 예약해두었다. 음식점은 고급지면서 조용하고 테이블당 각방으로 되어있는 곳이었다. 음식이 나오자 그는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독실한 기독교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겸손한 경우가 많다. 무언가 잘 되더라도 내가 잘나서 잘된거야 가 아닌 신이 도와주셔서.. 가 되므로! 또한 종교는 달라도 종교의 결론은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므로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큰 덩치에 두손을 꼭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겸손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 소개팅남이 밥먹기 전에 기도를 한다! 이는 독실한 기독교인에 해당한다. 소개팅이라는 불편한 자리에 일면식도 없는 여자 앞에서 손을 모은 다는 것은 독실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술 담배등도 잘 하지 않는다. 소개팅 자리에서 기도를 하지 않는데 교회를 다닌다고 한다면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은 아니고 이 경우는 술 또는 담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독실했지만 신앙심이 약간 식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는 소개팅자리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독실한 기독교인 것으로 보였다.


" 교회는 다니세요?"

그가 질문을 했다.


"아니요 전 성당에 다녀요. 어릴때는 교회 다녔었는데 성당으로 옮겼어요"


나의 대답에 아주 잠깐 실망하는 빛이 어렸다가 사라졌다. 이어서 그분이 나에게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도 카톨릭이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이야기를 하며 조심조심 찬찬히 선남의 얼굴을 보니 물론 '아저씨'이기는 하지만 선한 인상을 가졌다. 후하게 봐준다면 감우성 느낌이 났다. 귀밑머리에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이긴 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 대화를 하는데 진실되고 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하게 본다면 감우성 :)

선자리가 끝나고 그는 연락을 적극적으로 해오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연락을 하고 이주에 한번 얼굴을 봤다. 그렇게 육개월정도 연락이 이어졌다. 나는 이게 무엇인가 싶었다. 처음에 마음에 들었던 내 마음이 바래져가는게 느껴졌다.


아빠 친구분을 통해서 들려오는 이야기에는 그분 '어머니'가 나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므로 잘 될것이라고 걱정말라는 내용이었다.


선은 어른들이 걸쳐 있는 것이기 때문인가 어찌 그 분이 나를 맘에 들어한다가 아닌 그의 어머니가 나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거지? 소개팅이랑 사뭇 다른 소식이었다.


하루는 4D 영화를 보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4D를 보기에는 용산역의 영화관이 가장 좋으니 거기서 보자고 제안해왔다. 신용산 역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이동해가려는 찰나 무언가를 두고 왔다며 잠시 자신의

아파트에 들러도 되냐고 했다.  


그의 아파트는 신용산역 근처에 있었다. 아 파트 일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로비는 어떤 백화점의 층사이에 가끔 있는 쉬는 공간처럼 잘 꾸며져 있었다. 푹신한 쇼파와 잡지책이 있었고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서있었다. 백화점에서 보았던 직원처럼 유니폼을 입고서.. 잘은 모르지만 엄청 좋은 아파트임에 분명했다.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그는 연상은 절대 만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때 부터.

"아담과 하와 이야기 알지? 하와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부터 만들어 졌잖아. 그건 아담이 먼저 태어나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그래서 난 연상은 절대 안만나"


"오빠 갈비뼈에서 나온 하와라면 키가 굉장히 클것 같은데요?! 전 163밖에 안돼는데. 갈비뼈 사이즈가 일단 커야할 것 같은데.."


"하하하 그런가?"


그는 매우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것 같다.



밥먹고 영화보고, 밥먹고 차마시는 소소한 데이트들이 육개월째 이어지던 어느날 그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너로 정했어. 너만 정하면 되"


잉? 우리는 육개월간 만나왔지만 소소한 카톡조차 일주일에 한번 하였고 얼굴은 한달에 두어번 봤을 뿐인데..나 이렇게 시집가는

거야???


"어머니도 너를 마음에 들어하시고 나도 그렇고.. 잘 생각해봐"


그렇게 말하고 전철역으로 걸어가던 중, 그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만나온 기간에 비해 나는 그분에 대해 잘 모르고 심리적인 거리가 컸다. 그분도 그랬는지 금방 잡은 손을 놓았다.


우리는 그렇게 양가 부모님의 찬성 속에서 만났다.(만나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분 어머니가 나를, 그분보다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 오빠는 나이도 찼고 마땅한 여자가 없는데 어머니가 계속 나와의 결혼을 추천하셔서 나랑 결혼을 하려고 했던 듯하다. 우리 부모님도 그 오빠랑 잘되기를 바라셨다. 집안도 좋고 부유하고 술담배도 안하는 능력있는 남자는 별로 없다며 대놓고 추천하셨다. 이 오빠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반색을 하며 옷을 사주고 잘 만나보라며 집근처 전철역까지 태워주곤 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았던 어느 추운 겨울. 그는 나에게 사실은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나역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부유한 집안의 학식이 있고 능력있는 사람이지만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였을까. 나도 그에 대한 마음은 거의 접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할 뻔 했던 만남에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 '연애시대' 중에서... 비주얼은 다르지만 나이가 비슷하다 ㅎㅎ


그렇게 또 한번의 소개팅 아니, 선이 끝났고 난 또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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