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이 들어오던 세개의 소개팅 중 마지막 소개팅. 기대하지 않고 나간 소개팅 자리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떡- 하니 나와있었다. 소개팅을 마치고 친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집으로 가는 길. 요즘 밤공기가 이렇게 상쾌했었던가?
"H야.. 언니 마음에 드는 사람 드디어 만났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꺄 정말??! 언니 잘됬다 잘됬다!!!"
"이분이 나 오케이 하면 사귀고 결혼하고 싶다! 진짜 마음에 들어!! 어쩌지 어쩌지"
"ㅎㅎㅎ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진정해"
나는 진정을 할 수 없었다. 소개팅으로 이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소개팅 내내, 어젯밤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갔는지 내가 '듣고 싶은 말'만을 골라 나에게 해주었다. 그것들은
' 교회에 다녀요'
' 담배 안 피죠'
' 하는 일이 너무 재미 있어요'
' 아버지가 자상하셔서 아직도 어머님께
잘하세요. 설거지 하시고...그걸 보고 자라서 그런건지 저도 제 아내에게 잘하려구요. 저희 아버지처럼요'
'아기가 좋아요'
'자상한 스타일이죠'
이런 것들이었다.
거기다 외모도 내스타일! 이목구비가 뚜렷하거나 잘생긴 스타일은 아니여도 남자다운 얼굴에 나름 적당한 키와 비율, 센스있는 옷차림.
조신하게 파스타를 먹으려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포크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파스타를 휘감은 포크는 식탁위로 내동댕이 쳐졌다.
"풋-"
그는 내 마음속이 다 보인다는 듯이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약간 허당이시죠?"
허당은 맞지만 이거 칭찬인거냐 아닌거냐..
"아 뭐.. 약간?!"
난 뭐가 좋다고 배시시 웃으며 별 영양가없는 대답을 했다.
그와 헤어지고 두시간이 지났을까. 핸드폰이 노래하듯 울려댔다. 그였다!
"집에 잘 도착했구요.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화요일엔 뭐해요? 화요일에 볼래요?"
와우 바로 애프터! 그래, 너도 내가 맘에 들었던 거구나! 화요일은 요가가는 날이지만
요가는 지금 중요한게 아니지
"네 저도 재미있었어요. 화요일엔 뭐 없어요. 화요일에 봐요"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는데 기쁨과 동시에 갑자기 뒷골이 화-해짐을 느꼈다. 동생의 당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밀당엔 재주가 전혀없는 나를 보고 안타까워하며 동생이 해줬던 조언!
"누나! 조금 애매하게 행동을 해! 애매하게 말하고~ 누가 언제봐요 이러면 일정보고 다시 이야기해요 이렇게 해야지 덥석 알겠다고 하면 안돼!"
아차... 이번에도 덥석 알겠다고 했네. 잘못한건가?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엎지러진 물. 말을 주어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럴수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 밀당은 내일부터!
마음에 드는 남자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근데 잘 할 수 있을까?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킨 소개팅 첫날.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