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1시 50분
지금 보신각 앞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하겠지. 나에게 내일은 휴일이나 다름이 없거나 괜히 귀찮은 날일 뿐이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배가 고파서 야식을 사러 나왔다. 자취하는 원룸 앞에서 올해 마지막 담배를 피고 내년에 적당한 때에 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담배를 튕겼다.
입에는 하얀 입김이 올라왔다.
"춥다. 추워."
검은색 패딩 안에는 반팔차림 춥다고 말하면 더 춥다. 그래서 나는 춥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어떻게 지냈더라. 뭐를 했더라 혼자 중얼거리며 작년 망년회를 생각해본다.
약간 알콜 냄새와 어두컴컴한 호프집은 2차였다. 안주 조금에 500cc 맥주잔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들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즐거운 거 하나 없는 인생들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큰 소리가 나오고 아저씨들끼리 멱살을 잡았다.
치킨 안주는 테이블 정중앙에 있어서 화를 피했지만 공짜로 주는 마카로니 과자가 바닥에 떨여잤다. 진정해. 참아. 왜 이런날에. 다들 그런말을 하며 둘을 말렸다.
뭐때문에 싸웠더라 환율 애기를 했던 거 같은데.
우리같은 인생의 싸움은 정말 시덥잖은 이유로 싸우거나 정말 거창한 이유로 싸운다. 그렇게 보낸게 작년 12월 31일이고 올해는 그런 불상사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낸다.
"어서오세요."
편의점 알바생이 말한다. 핸드폰으로 뭘 보는 중이었는데 뭘 보는 걸까. 나는 도시락이 있는 쪽으로 갔다.
"뭐얼 먹을까."
혼자 리듬감있게 중얼거린다. 이런 중얼거림이라니 나는 정말 아저씨가 되었구나. 혼자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저씨는 집에서 나갈때 '지갑,핸드폰,열쇠.' 라고 중얼거리고 맨날 옛날 애기를 하고 혼자서 노래하듯이 중얼거리는 사람이다.
살빼는 결심은 새해부터니까 지금 시간이 새해까지는 3분 남았으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 상황이다.
끔직한 한해를 푸짐하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도시락, 샌드위치, 편의점 치킨, 빵, 삼각김밥, 김밥, 아니면 라면
'이런거 먹고 자면 속 안좋을텐데.'
또 아저씨 생각을 해버리는 나였다. 하긴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 더 아저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