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2차 야식집
모두의 이야기가 들뜰수록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먹지도 않을 오징어볶음은 시뻘겋고 차가웠다. 법인카드로 하는 회식은 끝난지라 6명이서는 가당치도 않은 초라한 상차림이었다. 그런 상차림에 비해서 우린 너무 시끄러웠다.
'이러고 내일은 그대로 출근.'
진짜 최악이다. 하루를 끝내는 가장 최악의 방법은 바로 지금이었다.
"야 너는 어떡해 생각하냐? 걔는 일도 안하고 불평 불만만 많아가지고 진짜 답답하다."
다들 한마디씩 일에대한 불만을 말한다. 그리고 일보다는 이내 사람에 대한 험담으로 이어진다. 지금 내가 이자리에 없었다면 이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있었겠지. 나는 이자리에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자리에 없었다면 나를 실컷 욕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약간 속이 메스꺼웠다.
"그래서 걔는 안되고 안되는 거야. 거긴 하는 것도 없으면서 말만 많아."
라고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 집에 갈지가 걱정이다.
"야. 내가 틀린말 했냐고."
"아이. 그런게 아니라."
드디어 싸운다. 일과 업무에 관한 철학때문에 싸운다는데. 그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아 정말 싫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여기에 있는건지 삐적 말라버린 오징어 다리에게 물어본다.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았어야지. 의대에 가던가.'
바른 충고를 하는 두족류였다.
"제가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말이 심했다."
지들끼리 화해를 한다. 싸우는 것도 경솔하고 화해도 가볍고 이 상황에서 나는 벗어나고만 싶다. 둘은 싸우고 화해하고 우정이 돈독해지더니 또 다른 목표물을 찾는다. 다른팀 신입이야기를 한다.
이제 12시를 지난다. 제발 하루를 이렇게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다들 나에게는 관심이 없고 각자 쳐다보고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없어져서 씹을 거리가 늘어나서 더 좋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밖은 고요했다. 작은 용기로 얻은 조용함이었다. 가게안은 안개인지 연기인지 습기로 가득차서 하얗다.
나는 다시 저곳으로 들어가서 앉아 있어야 한다. 차라리 일을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니면 이대로 도망칠까. 도망이라. 나 같은 건 없어도 저사람들은 신경이나 쓸까.
저래놓고서 내일 연가를 쓰겠지.
그리고 그 다음날 담배타임 때 나를 욕하겠지. 그냥 마음에 안든다고.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나는 문 앞에 쭈그려앉았다. 시간상 이젠 일얘기를 넘어서 음담패설을 내뱉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무것도 아닌 회사에 아무것도 아닌 인생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듯 만났던 여자들에 대해서 지껄이고 있겠지. 오늘은 너무 일찍 시작해버렸다. 휴일은 또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