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태윤 20대 중반 남자 성과관리팀 사원 서윤과 사내연애 중 본인은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 중
민규 20대 후반 남자 성과관리팀 주임 독특하지만 착한 녀석
준호 30대 초반 남자 지역사업팀 대리 어울려 다니는 5명 중에서 가장 연장자
지연 30대 초반 여자 지역사업팀 대리 사내연애는 가장 먼저 알아채는 편
서윤 20대 중반 여자 지역사업팀 사원 태윤과 사내연애 중 다들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 중
지난 줄거리
카페에서 민규와 마주치게 된 태윤은 서윤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민규에게 말하게 된다. 그런데 태윤의 생각과 다르게 회사 사람들 다 태윤과 서윤이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고 카페 구석 자리에 있던 지연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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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도 빵 사러 왔어요?”
민규가 말했다.
“응. 빵을 사려고 생각했는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거 같아서 커피만 마시고 있었어.”
“언니 언제부터 있었어요? 완전 몰랐네.”
서윤은 감탄을 하며 말했다.
“둘이 얘기하는 데 방해할까 싶어서. 창 밖을 보니까 태윤이 차가 들어오길래. 바로 숨었지. 우연찮게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우연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지만 여튼.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준호쌤도 불러서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근처 호프집 있잖아.‘
그렇게 지연의 주도로 느닷없이 저녁 모임이 성사되었다. 치킨과 맥주.
'오늘 저녁을 적게 먹으려 했는데.'
테이블에 앉은 5명 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건배를 했다.
"뭐냐. 느닷없이 부르고."
치킨과 안주가 나오기 전 준호가 도착했다.
"여기 맥주잔 하나 더 주세요."
여기 여기! 준호를 보며 태윤은 손을 흔들었고 민규가 자리를 비켜줬다.
“뭐 시켰어?
“치킨 시켰는데.”
“여긴 국물이 맛있어. 떡볶이나 찌개도 시키자.”
기왕 무너진 다이어트에 모두들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건배를 하고 치킨이 나오고 떡볶이를 주문하고 맥주잔이 비워지고 비워진 맥주잔만큼 분위기가 평일 답지 않게 들뜨기 시작했다.
"다들 요즘 어때? 성과팀은 재밌는 일 없어?"
준호가 말했다. 재밌는 일이라고는 있을 리가 있겠나. 이런 회사에서 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일단 입이 근질근질한 두 명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지역사업팀 소속 한셔윤양과 성고관리팀 소속의 오태윤군이었다. 그런 둘의 속을 모르는 민규는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말했다.
“형은 요즘 고생이라면서 이상한 공모전 준비한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내가 진짜 회사에서 이상한 짓 벌이는 거 싫어하는 데 이건 선을 넘었다니까.”
본격적으로 준호의 하소연이 시작되기 전 태윤이 크게 기침을 했다.
“흠. 흠. 형 오늘은 일 얘기보다는 말이야. 음. 좀.”
태윤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옆에 앉은 서윤을 봤다.
“우리한테 궁금한 게 없어요?”
서윤은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우리 덕분에 오늘 자리가 나온 거잖아요.”
‘약간 취했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한다.
“사귄 지 한 달 정도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네가 태운이 생일 챙길 때부터 확신했는데.”
지연이 말했다.
“아 그때였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역시나 이런 때는 늘 늦는 민규였다.
“야 그걸 몰라? 역시 민규다.”
준호가 한마디를 하고 만다. 그렇게 다들 웃었다. 그러나 태윤은 아직도 입이 근질거렸다. 좀 더 자세히 자신의 연애담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저희가 처음 진지하게 얘기를 한 게 있잖아요.”
그렇게 태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꼼꼼한 성격의 태윤답게 미주알고주알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와 알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민규는 별생각 없이 오징어 다리를 뜯고 있었고 준호는 내일 출근해서 만들 공모전 공문 생각을 서윤은 그저 기분이 좋았다.
“잠깐. 그렇게까지 자세히 얘기 안 해도 돼.”
지연이 말했다. 지연은 이 커플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관찰자 이기도 했지만 어째 지금은 관심이 팍 식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그 카페에 먼저 가 있었던 것도 빵보다는 서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작은 커플이었는데.’
인디밴드가 공중파 유명 유튜브에 나와서 유명해진 기분이었을까. 모두들 알음알음 알고 있는 그 미묘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태윤과 서윤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지연은 지금 상황이 아쉬웠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 차를 산 게 정말 다행이었던 거 같아요.”
모두들 큰 관심이 없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윤은 자신의 연애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 그런 얘기도 좋은데. 사실 나 너희들한테 할 말이 있어.”
태윤의 이야기를 가로막은 건 준호였다.
“우리 A.I 공모전 하는데 니들 A.I 가 뭔지 아니?”
그걸 아면 여기에 이러고 있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