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남 8학군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결국엔, 스스로 항해해야 하는 인생 (1)

by 김케터






이수지유튜브.png <출처: 유튜브 '핫이슈지'>




요즘 유튜브에 이수지 씨의 '대치맘' 풍자 패러디를 시작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대치동 키즈'들의

대치동 현실 고증 이야기들을 보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떠오른

대한민국의 입시 현 상황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내가 근무했던 전 센터와 현 센터 모두

강남 8학군 내에 위치한 곳이라

학군지의 학부모님과 초, 중, 고

그리고 SKY 대학생 회원까지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군지에서 선호되는 직업이기도 한

의사인 회원님들도.


프리랜서 강사의 수입을 생각해서라면

어떤 연령대의 수업이든 감사히 받아야 함이 맞지만

나는 초중고생 그룹 수업은 더 이상 맡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내가 의도한 수업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 수업이 전달되고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물론 필라테스의 역사가

수용소에서 시작되었지만,


(당연하게도) 이 운동은

'고문'을 하기 위한 운동은 아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9시, 잠에서 채 깨지 못한 채

50분 동안 두 눈을 뜨지조차 못하고

얕은 수면 상태로 운동을 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이들을 '고문하고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건 내가 원하는 수업이 아닌데..







이 아이들과는 다르게 살아온 지난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Ups and downs,

직업도 사는 곳도 해온 일도 다양했던 나는

여전히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길을 헤매며 여정을 이어가는 중이기에

인생의 방향을 헤매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아이들이

'한 때는' 부럽기도 했다.




이 아이들은 미래 준비에 대한 실패 없이,

길을 헤매지 않고

먼저 그 목적지에 도착한 어른들이

잘 닦아준 고속도로를 120km로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이 길의 끝은 사회에서 존경받고 인정받을 수 있고

수입 역시 평생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의 자격이 주어지는 일이기에.




그리고 실제로 어른이 된 나 역시

'그때 열심히 공부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상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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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구하며 성장 중






하지만 그동안 이렇게 표면적인 것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성장과 충전을 위해 푹 쉬어야 할 주말 아침에 와서

'필라테스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데

그들의 눈에 가득한 '불안'

뒤쳐지면 어쩌지.

내가 여기서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눈빛을 통해 느껴졌다.




내 일상의 '쉼'이 되어야 하는

시간조차 경쟁과 불안을 지속하고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것은

결국 그들의 지도자의 (감독 수준을 넘어선) 감시,

혹은 불안 정서가 높은 보호자로부터

그 불안감이 전가되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완벽하게 닦여있는 고속도로 위에서

내가 가는 길에 대한 방향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까지 들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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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학군지의 모든 학생들이 이런 모습일까?

놀랍게도, 전혀 다른 에너지를 가진 회원들도 물론 있다.


학군지인 또 다른 센터에서는

이과 내신 받기 힘들다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전교 상위권 고3 회원과

그 학교를 졸업해서 의대생으로 휴학 중인 회원,

그리고 이미 대학 병원에서 재직 중인 의사 회원을

오랜 기간 수업한 적이 있는데,



이 세 명은 앞서 이야기한 회원들과는 전혀 다른

'활기찬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학군지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위치에 있는

이 세 명의 회원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우선 강남 8 학군 내에서 상위권 내신을 유지 중인 고3 회원은

약간의 굽은 어깨와 척추의 휨으로 인해서

공부하다 보면 목과 어깨에 피로감이 생기는 체형이기에

필라테스 수업 프로그래밍 역시

이 점을 보완하고 필요한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시퀀스로 구성했는데

점차 나와 호흡하면 할수록 후반에는

필라테스 강사 수준급으로 운동을 수행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강사로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 회원이다.




'시험공부 힘들지?' 물어도

'내가 그래도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스스로가 가진 책임감을 가진 고3 회원은

안쓰럽기도 하면서 늘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험기간에 역시 잠도 못 자고 힘들었을 텐데도

버티기 어려운 동작 역시

'우선 한번 해볼게요!' 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던..



그러던 어느 날 수줍게

'선생님, 저 이번에 장학금 타요!' 이야기하던 소식에

나 역시 운동지도자로서 너무나 큰 기쁨을 느꼈다.







SE-BE38127A-A651-4FFC-AADB-7B417E6509C7.jpg?type=w966 Q. '필라테스,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강사'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 역시 체력에서 나온다.

결국엔, 필라테스의 기능적 효과를

본인 스스로 몸소 느낄 수 있기에

자발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의지와

새로운 동작에 대한 도전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지나 알고 보니 이 회원의

부모님 역시 대한민국을 리딩하고 계신 분들이셨다.

놀랍게도 자녀가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고..






To be continued..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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