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ime Right(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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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엄마와 나, 돌봄의 기록
Time Right 작가님 의 기록은 단순한 간병 일기가 아니라, '사랑과 애증, 그리고 구원'에 관한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서사시였습니다. 작가 'Time Right'님이 마주했던 그 깊은 심연의 시간을 기리며, 감상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2026년 1월,김지영(올림)
https://brunch.co.kr/@timeright
닿을 수 없는 섬, 그곳에서 우리가 나눈 가장 무거운 사랑
엄마와 나 - 돌봄의 기록(감상문)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그 품 안의 온기를 기억하며 삽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품이 무너지고, 내가 그 품의 기둥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작가 'Time Right'의 수필,
<엄마와 나 - 돌봄의 기록>은 효도라는 매끈한 단어 뒤에 숨겨진, 날것 그대로의 통증과 사랑을 우리 앞에 꺼내어 놓습니다.
2015년, 지주막하출혈이라는 거대한 해일은 평범했던 모녀의 일상을 송두리째 삼켜버렸습니다.
치매와 편마비, 시력장애라는 차가운 잔해 속에서 엄마는 점차 '나를 키워준 분'에서 '내가 키워야 할 아이'로 변해갑니다.
작가는 고백합니다. 엄마가 내 아이였다면 이렇게 방치했을까 고민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여전히 "엄마가 필요해!"라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 딸이었다고 말입니다.
이 지독한 역설은 돌봄을 경험해 본 모든 이들의 심장을 찌릅니다.
부모를 돌본다는 것은, 내 안에 살아있는 '어린아이'를 스스로 죽여가며 그 빈자리에 '보호자'라는 무거운 철갑을 두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반찬을 만들어 나르고, 간병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향해 '효녀'라 칭송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내면은 엄마가 남긴 빚의 무게와, 끝나지 않는 간병의 피로로 인해 멍들어 있었습니다.
원망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은 '납덩어리'처럼 가슴에 쌓여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철학적인 질문 앞에 섭니다. 진정한 사랑은 완벽한 희생에 있는가, 아니면 무너질 것 같은 자신을 붙들며 하루를 더 버텨내는 처절함에 있는가. 작가는 끊임없이 울리는 부재중 전화와 "차라리 코로나로 죽는 게 낫겠다"는 엄마의 날 선 언어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비루한 현실조차 사랑의 한 형태였음을 묵묵히 증명해 냅니다.
부산이라는 낯선 도시로의 도망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괜찮다, 잘 살고 있다"는 마지막 거짓말을 끝으로 엄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가 떠난 후 작가는 깨닫습니다.
평생 보호자로 살았던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가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고 싶어 했다는 것을요. 엄마는 딸이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집은 깨끗한지 걱정하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그 본능적인 연결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유일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며 다시 한번 삶의 유한함을 마주합니다.
이제는 나를 가장 따뜻하게 불러줄 목소리도, 내 생일을 기억해 줄 존재도 사라졌지만, 작가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움 끝에 남겨진 걸음, 그것이 내가 오늘도 나아가는 이유다."
이 수필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돌봄은 고통스러운 굴레가 아니라,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기억의 전수'라고. 비록 그 과정에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지언정, 그 상처야말로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했다는 가장 빛나는 훈장임을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혹은 언젠가 보호자가 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됩니다.
눈물로 씻겨 내려간 작가의 기록은 이제 우리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오늘 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따뜻한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