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HAM (작가님)
To: HAM (작가님)
[감상문] 사랑이 머문 1년 3개월의 기록
작가 HAM님이 기록하신 총 17화의 간병 일기는 단순한 슬픔의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장 견고했던 세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숭고한 영혼의 성장기였습니다.글의 깊이를 담아, 마음을 적시고 깊은 성찰을 안겨줄 감상문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2026년 1월,김지영(올림)
https://brunch.co.kr/@dfgir758
[감상문] 거대한 소나무가 남긴 따뜻한 유산, 사랑이 머문 1년 3개월의 기록
세상에는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그 크기를 가늠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작가 HAM님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청청한 소나무였고, 그 나무가 쓰러지던 2018년의 여름은 단순히 계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작가님을 둘러싼 우주가 균열을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대동맥 박리와 뇌경색, 차가운 의학 용어들이 아빠라는 거대한 나무를 옥죄어 올 때, 작가님은 도망치는 대신 그 고통의 한복판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선고 앞에서도 아빠의 손을 놓지 않았던 그 치열했던 1년 3개월은, 비단 딸로서의 도리를 넘어선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투'였습니다.
우리는 작가님의 글을 통해 깨닫습니다.
기적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법이 아니라, 간절한 부름에 정직하게 응답하는 아빠의 떨리는 손가락 끝에 있었음을 말입니다.
아빠는 침묵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딸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너를 위해 버티고 있다"는 그 눈물겨운 사랑의 언어를 말이지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반복되는 간병의 피로, 그리고...,
VRE 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우리말로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이라고 부릅니다.
VRE 균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까지. 작가님이 마주한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가님은 그 어둠 속에서 가장 눈부신 빛을 발견합니다.
병실에서 나누어 먹던 밤과 고구마의 온기, 재활 치료 중 아빠가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보려 애쓰던 찰나의 순간들. 작가님은 그 소소한 장면들을
'삶에 대한 경외'로 승화시켰습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습니다.
작가님은 내일 아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오늘 아빠의 얼굴을 마사지하며 사랑이라는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투박한 진심이 있었기에, 상실의 아픔은 원망이 아닌 성숙한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11월 17일 새벽, 마침내 아빠를 보내드려야 했던 순간,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기로 한 그 고통스러운 결정은 아빠를 향한 가장 깊은 배려이자 사랑의 마지막 형태였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소복소복 내리던 함박눈은 마치 "애썼다, 내 딸아"라고 다독여주는 아빠의 마지막 안부와도 같았습니다.
이제 작가님은 고백합니다. "내일의 삶도 알 수 없기에 오늘의 현재를 놓치지 않겠다"라고 말입니다. 아빠가 떠나간 자리에 핀 꽃은,
'상실'이 아니라 '감사'였습니다.
투병 일기에서 시작된 기록이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글로 확장되는 과정은, 아빠라는 소나무의 씨앗이 작가님의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려 숲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HAM 작가님의 17화 기록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곁에 있는 소나무의 그늘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나요?" 작가님의 꿈이었던 방송작가의 길은 비록 다른 형태로 흐르고 있지만, 이미 이 글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진정한 작가가 되셨습니다.
아빠가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인,
'오늘을 사랑하는 법'을 가슴에 품고, 작가님이 걸어가실 그 찬란한 '전환점' 이후의 삶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이 감상문이 작가님의 지난 시간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