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아침부터 하늘에 짙은 회색 구름이 드리운 날
송이네는 화단의 돌들을 거두어냈어요.
아빠는 괭이로 화단의 흙을 파서 뒤섞고
엄마는 흙 위에 마른 풀을 깔았어요.
그 사이, 첫눈이 흩날리기 시작했어요.
담장에도 지붕에도 화단 위에도
소복소복 흰 눈이 쌓여갔어요.
누가 꽃밭이었고, 누가 채소밭이었지?
마른풀을 따뜻하게 덮은 흙 알갱이들은
서로의 볼을 부비며 놀았어요.
깊은 한밤중, 눈구름이 떠나갔어요.
바람은 나뭇가지 위에서 잠들고
나무들은 꾸벅꾸벅 졸다 눈뭉치를 툭 떨어뜨렸어요.
둥근 달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었어요.
달빛이 흰 눈 위에 소리 없이 부서졌어요.
눈 밑에선 흙 알갱이들이
달콤한 겨울잠에 빠져들고 있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