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바람이 낙엽을 굴리며
계절을 넘겼다.
단단한 눈빛 속에 숨어 있던
아직 피어나지 못한 작은 새,
가만히 떨며 빛을 기다린다.
찬란한 산정에 꽂힌 깃발,
환호의 파도에 휩쓸리던 순간에도
그는 바람에 젖은 그림자처럼
고요히 쓰러졌다.
사람들 사이 빛처럼 스쳐가던 그,
웃음 끝에 스며든 고독을
나는 손끝에 머문 향기처럼
조용히 끌어안았다.
가을 저녁의 긴 그림자 속
강철의 틈새에서 떨던 파랑새,
그 여린 떨림에
사랑은 저녁노을보다 따스한 숨결로
깊이, 고요히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