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슈만 〈Adagio and Allegro, Op.70〉
커튼 사이 스미는 빛,
긴 잠에서 막 깨어난 듯
우리는 서로를 곧장 바라보지 못했다.
먼저 흔들린 마음이
조심스레 처음을 묻는 숨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얀 눈 위에 남은 첫 발자국 같았다
그는 말했다.
상처 입힐까 두려워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고
혹시라도 네가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깊고 아낄 줄 아는 사랑을
건넬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그 순간,
마주한 눈빛 속
메우지 못한 빈자리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
낯설면서도 따스한 얼굴
그제야 알았다.
사랑받는다는 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일임을.
밤하늘 오래 머물던 별빛이
이른 새벽 금성처럼 내 곁에 내려앉았다
말보다 더 깊이 스며든 침묵
그 품은 오래전부터
내 자리를 알고 있었던 듯
고요히 전부를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