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남자는 두 부류야.
재미있는 남자, 진지한 남자.”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난 재미있는 남자지. 그러니 진지함은 없어.”
그 순간 나는 빵 터져버렸다.
그의 말대로였다. 선배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나를 불러냈다.
“어디 가는데요?”
“무엄하다, 묻지 마라.”
전날엔 식사도 하지 말라 하더니, 끌려간 곳은 뷔페가 아니라 광장시장의 깊은 골목. 그날은 광장시장 맛집 여섯 곳을 돌았다.
육회의 붉은 살에 뿌려진 참기름. 그렇게 진한 참기름 냄새 맡아본 적 있었던가… 고소하게 반짝였다. 빈대떡은 지글거리는 기름 냄새 노릇노릇 허기를 자극했다. 순대 위에 뿌려진 매운 고춧가루, 달큼한 식혜 한 모금. 등등
사실 모두가 내겐 처음이었지만, 그의 장난스러운 눈빛이 곁에 있으니 낯섦은 금세 웃음이 되었다.
저녁노을이 전자상가의 폐점된 셔터 위로 황금빛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하늘에 홀린 듯 서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 선배가 말했다.
“잠깐만. 그 각도 너무 좋다.”
그는 내 사진을 찍고, 그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 속에서 노을 속에 잠긴 내 그림자 사진을 자세히 보려는 순간,
선배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선배!”
뒤쫓아 달리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근데 웃음이 났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골목 어귀에서 툭, 숨어있다 튀어나온다. 다시 달리고, 또 숨어서 기다리고. 그렇게 30분 동안 이어진 숨바꼭질 같은 질주.
헐떡이는 호흡 사이로 상쾌한 바람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자유가 내 온마음을 흔들었다
광장시장의 육회보다, 붉은 노을보다, 더 선명히 남은 건 무작정 뛰어가던 그의 뒷모습이었다.
그 선배는 늘 독특했고, 갑작스러웠다. 가끔은 전화로 울부짖기까지 하던 사람. 그래서일까, 오늘 같은 일요일 저녁이면 문득 생각이 난다.
노을은 저물었지만
붉은빛이 작은 건물 사이 담장에 남아 있다.
튀김 냄새, 웃음 섞인 말소리,
그 위로 겹쳐지던 발자국의 박동.
그 순간은 흘러 사라졌어도
그와 함께 달리던 그 시간은
아직 내 안에서 저물지 않고
붉은빛을 지나
푸른 자유 속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