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시점
밤이 깊어질 무렵, 그는 퇴근길에 그녀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약속이 필요하지 않았다. 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집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안았다. 서로의 체온이 익숙해질 즈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그 떨림을 느꼈다.
“소이야… 왜 그래?”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선배랑 같이 있어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 난 그 사람을 떠올려요.
이런 내가, 선배랑 함께해도 될까요?”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어둠만 흘렀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손목을 스쳤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미안해요. 돌아갈게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천천히 그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는 침대에 그대로 앉았다. 남아 있는 건 그녀의 향기와 천천히 식어가는 이불의 온기뿐이었다.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었다. 마음이 무너졌지만 그 솔직함이 밉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의 눈물 속에 있던 ‘그 사람’의 그림자조차 자신이 채울 수 없음을, 조용히 체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