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화(無化)

슈베르트 그랜드 2중주 D.574 1악장

by 소이

그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공기의 결을 바꿔놓았다.


한 줄기 바람이 목덜미를 훑었고

나는 그 온기에 젖은 채,

천천히 가라앉았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린 체온을 마셨다.

누가 먼저였는지 모른 채

숨과 숨이 맞닿아 떨렸다.


그의 그림자는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채,

가만히 심연의 문을 열었다.

그 어둠의 무게를 달게 삼키며,

조용히 내 맥박을 잃었다.


그 순간,

사랑과 두려움은

서로의 표피를 스치며

하나의 그림자가 되었다.

차가운 계절의 끝에서,
뜨겁게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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