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잃고, 삶을 얻다 — 영화 F1을 보고]
최근 LG U+ 멤버십으로 한 달에 한 번 영화 관람권이 생겨,
오랜만에 혼자만의 영화 관람을 하게 되었다.
거의 10년 만의 경험은 묘한 흥분과 설렘을 안겨주었다.
딸이 추천해준 영화, 바로 《F1》이었다.
레이싱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였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몇 번이고 브레이크를 밟고, 또 액셀을 밟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속도와 경쟁의 세계는
어쩌면 내 인생의 굴곡과 너무 닮아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스피드, 젊음의 땀방울, 그리고 승부의 긴장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스크린 속에서 내 마음의 속도를 느끼기 시작했고,
조용히 두 번이나 눈물이 흘렀다.
첫 번째 눈물은,
한물갔다는 시선과 의심을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는 드라이버를 보며 흘렀다.
자신과 팀을 믿고, 다시 시작하는 그 용기.
그건 단순한 복귀가 아니었다.
나 역시 넘어지고 쓰러졌던 날들이 있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던 순간에도
조용히 다시 걸음을 내디뎠던 기억 때문이었다.
두 번째 눈물은,
레이싱 중에 온몸으로 고통과 한계를 견뎌내며
숨통이 막혀오는 절정의 순간에 흘렸다.
목숨을 건 그 경주에서 모든 것을 쥐어짜고
결국 이겨내는 그 장면은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건 진정한 승리였다.
주목받는 무대가 아니어도,
뒤에서 묵묵히 힘을 보태는 자리도 아니어도,
그 순간 그는 오롯이 자신의 삶을 달리고 있었다.
《F1》은 결국 ‘속도’에 관한 영화가 아니었다.
속도를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간이 흐르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커질수록
우리는 가끔 멈추거나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운다.
나도 예전처럼 빠르게 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느린 속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나는 아직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다만 이제는 목적지만큼이나
그 여정의 속도와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