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잘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글 쓰고 계세요?
: 대패 삼겹살 생각하고 있었어요..
응?
: 파절이 올려서 한쌈 하면 맛만 있겠지?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오늘 발행일 아니야?
: 그러니까. 생각이 무지개 같네...
: 안 써지는 걸 붙잡고 뭘 자꾸 꾸미려다 보니까.
: 마음만 오해하고 생각만 오역하는 것 같아요.
나와요. 금성회관에서 삼겹살이나 한잔 하지 뭐.
마음은 모르겠고 육신에 무지개는 피워줄게
너무 애쓰지 말아요. 애쓰다 보니까 오해가 생기는 거야.
그러다 미워진다.
: 호오~! 글은 당신이 써야겠는걸
마음을 오해하고 생각을 오역한다라...
: 내 마음을 옮기는 글인데
: 왜 자꾸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마음이 기울까.
: 왜 자꾸 읽는 사람의 편에서 문장을 떠올릴까.
: 이게 나의 진심이라 말할 수 있을까.
: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거, 잘 보이고 싶어서 애쓰는 거야.
그럼 그냥 잘 보이고 싶어 애쓰는 마음을 써!
뭐, 꼭 진심이 담겨야 해? 진심이 다가 아닌 것도 있지 않겠어요?
마음을 오해하고 생각을 오역한다며?
그 말 그대로 써요. 지금은 그게 당신 진심이잖아.
확 고백해 버려!
: 호오. 좋은데?
: 진심이 아닌 날도 있습니다.
: 변명일까요. 아뇨 고백이라 하겠습니다.
: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을 오해하고 생각을 오역합니다.
: 끙끙대며 가두어둔 마음을 당신께 털어내어
: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흩어지는 마음을 담아봐야겠습니다.
사장님, 돼지 껍데기가 좀 이상한데?
우와~씨! 돼지 껍데기에 닭살이 돋고 있어!!!
: 짠?
아무리 봐도 글 쓰는 거 좀 위험한 것 같아.
- 조금 전 '있었던 이야기' [ 머물지 못하고 흩어지는 고백이길 ]
아무것도 아닌 날이어서 쓸 이야기가 없다고 어떻게 말하겠어요.
당신이 읽어볼 거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아닌 글이라도
애써 치장하고 꾸미다 보니 정작 보여야 할 나의 마음은
점점 가려지기만 합니다.
어느 젊은 시인의 푸념 썩인 고백이 생각났어요.
그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시가 좋으면 좋아하게 돼요.
그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시가 나쁘면 싫어하게 돼요.
저는 좀 그런 사람 같아요.
그래서 좋은 시를 쓰고 싶어요.
저도 당신께 잘 보이고 싶어나 봐요.
나의 마음은 어디 가고 자꾸 당신의 마음만 들여다보려고 해요.
나의 생각은 어디 가고 자꾸 당신의 생각만 엿보게 돼요.
이런 나의 마음 한 줌 내보이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이렇게 라도 고백하려고요.
그저 당신께 잘 보이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나의 마음을 오해하고 생각을 오역하는 날도 많았다고.
진심이어서 진심이 아닌 날도 있었다고.
가두어 숨긴 마음보단, 비록 머물다 흩어질 고백일지라도
당신께 내보여진 지금 이 마음은 나의 진심이라고요.
부질없는 다짐일까요? 아마 소망이겠죠.
당신의 마음을 돌보듯 나의 마음을 돌볼게요.
마음을 오해하지 않고 생각을 오역하지 않고도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 향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나의 마음과 생각이 당신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 그리고 '지어낸 이야기' [ 못 전하는 사람의 못난 고백 ]
그리움이 뭉툭해져 거기에 찔려도 아프지 않은 날, 비로소 알았다. 한 번 휜 못은 사용할 수 있지만 두 번 휜 못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p.17
기대하고 바라고 혼자 상상한다.
그 상상에 발목을 삐고, 사랑이란 게 늘 마음이 앞서가는 바람에 종종 그 마음에 배신당하나 보다.
p.48
수취인 불명의 그리움, 누구나 가슴속에 빨간 우체통 하나 갖고 산다.
우표 없이도 그리움은 전해질까, 자꾸만 얼굴이 빨개진다.
p.67
수직을 세우려면 먼저 수평을 봐야 쉽게 알 수 있다는 걸 늦게나마 알게 됐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늘 수직만 보며 싸운다. 남들 다 좁은 틈에서 수직을 세우고 있을 때 한 박자 늦게, 한 발짝 떨어져서 슬쩍 수평을 바라보는 거, 그걸 못한다. 알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p.80
사랑할 땐 나란히,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나란히, 그렇게 언제나 타인처럼
젠장, 사랑하는데 타인처럼 되냐고.
p.89
"마라톤 할 때 어떤 게 제일 힘들어?"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시작해서 골인을 한다는 게 힘든 거죠."
p.199
info.
에세이_「못 그린 그림」_ 이재국 作 / 제이북
그리고 공감하는 문장_
"기다려라, 사발면도 3분은 기다려야 한다"
tmi.
아주 오래전에 사두었다 잊고 있었던 책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못' 그린 그림이 가득한 에세이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날 아무렇지 않게 읽던.
'못'그린 그림이 가득한, '못'한 말을 잔뜩 적어둔
epil.
아무렇지 않은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무렇지 않은 날
나하나 정도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무렇지 않은 날.
당신을 만나기 전의 그런 날.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날이 될 수 없는
그런, 아무렇지 않은 날.
당신이 생각나는 게 아무렇지 않은
그런 날이었습니다.